'계란 빠진 계란빵, 지단 없는 김밥'… '금(金)란'에 계란 실종 시대 오나
추가 가격 인상에 고심 빠진 자영업자들…시민들도 부담 가중
심리적 마지노선 한판 '7000원' 돌파…업계 "유통단계 단속 필요"
- 조현기 기자, 원태성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원태성 유민주 기자 = "가격을 또 올려야되나 걱정이에요"
지난 12일 만난 서울 시내의 한 계란빵 가게 주인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올여름 1개의 1000원 하던 계란빵 가격을 1300원으로 올렸다. 새해에 또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A씨는 "다른 재료도 많이 올랐지만, 계란빵에서 말 그대로 '계란'이 핵심인데 계란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그렇다고 계란없는 계란빵을 만들 수 없는 노릇은 아니지 않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연초부터 급등한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오른 값을 치러야 하는 소비자는 물론 '제값'을 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들도 울상이다. 최근 우윳값 인상에 이어 계란값까지 급등하면서 물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계란빵·토스트·김밥·삶은 계란…"계란 뺄 수도 없고" 고민 깊어져
계란빵 집 옆으로 길게 뻗은 토스트 거리에도 사장님들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웠다. 우유와 토스트는 간편하지만 가성비있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김밥보다도 더 비싸져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토스트집 사장님은 가격표를 가리키며 "최근에 토스트랑 같이 먹는 우윳값도 올렸는데 계란값까지 인상하면 손님들에게 미안해서 어쩌냐"며 "우선은 버티는 데까지 버텨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이 토스트 집은 얼마 전까지 우유 1개 1000원, 토스트를 2500원에 판매했다. 최근에 우유 1개 1300원, 토스트 3000원으로 가격 인상을 했다. 대부분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아 토스트 가격과 김밥 가격이 거의 같아졌다.
한 분식집 사장님은 아예 계란을 뺀 김밥을 만들겠다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 계란을 서비스로 준 한식뷔페 사장님 역시 서비스 중단을 고민하고 있었다.
10년째 김밥집을 하는 사장님은 야채김밥을 싸면서 "최근에 계란을 빼고 당근이나 다른 식재료를 많이 넣고 김밥을 만들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이렇게 계란값 오르면 정식 메뉴로 한 번 내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사장님 C씨는 "손님들에게 계란을 서비스로 제공해 주고 있다"며 "계란값이 올라서 걱정인데, 그렇다고 없애면 손님들이 서운해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장님의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뷔페를 찾은 손님들은 밝은 얼굴로 계란프라이를 만들고 있었다.
사장님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걱정이다. 특히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식단 관리를 하고 있는 김 모 씨(33·남)는 "거의 올해 내내 매일 삶은 달걀을 먹고 있다"며 "마트 갈 때마다 최근에 가격 오르는 것 보고 우선 많이 사뒀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직장인 박 모 씨(31·남)는 "최근 마트에서 계란 구매하면서 큰 부담이 됐다"며 "무엇보다 계란과 같은 고정지출비 상승이 가장 부담스럽다. 관련 지출을 물릴 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민들의 (소비에 대한) 심리적 위축이 크다"며 "정부나 기관에서 이를 통제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리적 마지노선 '한판 7000원' 넘은 곳도…왜 이렇게 가격 올랐나?
이렇게 계란 가격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불안 심리 때문이다.
AI가 국내에서도 크게 확산할 경우 당장 닭고기 및 계란 수급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AI에 감염된 농가를 비롯해 인근 농가까지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사육두수가 줄게 되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양계형 사료 가격도 전년 대비 30%가량 상승하면서 계란값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기준 평균 계란(특란 30구) 가격은 6715원이다. 최고 가격은 7102원으로 이미 7000원을 넘어섰다. 다른 해에는 해당 기간 평균 가격이 5544원이었다.
일반 마트의 경우에는 이미 7000원이 넘어섰다. 서울역 롯데마트 계란판매 구역(지난 8일 기준)에는 30구 기준 7490원~1만5990원까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정부는 계란 한판 가격이 7000원을 돌파할 경우 수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란 한판 가격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7000원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민 부담을 가중하지 않기 위해 가격 안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계란 업계에서는 AI로 인한 두려움과 사룟값 인상 등의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유통 단계'의 문제로 인해 가격 폭등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종성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회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사룟값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많이 올랐다"며 "하지만 AI가 심하다고 하지만 현재 계란 재고는 남아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유통 단계에 있는 '마트'"라며 "대형마트는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돼 있어 원가 이하로는 세일을 못 하지만, 개인 마트는 규제 의무가 없다"며 "세일 끝나고 나면 계란이 더블로(2배 이상) 오른다. 이 부분을 정부에서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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