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심심한 사과' 모르는 젊은 세대, 그래도 기성세대보다 탁월"

최 교수가 '심심한 사과' 사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최 교수가 '심심한 사과' 사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지난달 사과문에 사용된 '심심하다'라는 표현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을 두고 문해력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 최재천 교수가 입을 열었다.

8일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지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심심한 사과' 사태가 문해력보다는 단순 어휘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휘는 시대에 따라 사용하는 게 다르다. 아무래도 예전처럼 틀에 박힌 인사말을 하는 풍조가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이 표현을 들어볼 기회가 너무 없었던 것 같다"며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고 말했다.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언어의 본성이고, 아무리 멋있고 좋은 표현도 안 쓰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심심한 사과' 사태에 대해 "그냥 기성세대의 아쉬움이 표현된 것 같다"며 "젊은 세대가 모를 수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최 교수는 그보다는 '단절'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언제부턴가 우리의 교육 흐름이 깨져버렸다"며 "예전에는 누구나 다 읽어봐야 할 고전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런 교육은 참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중요한 것으로 '세대 간의 소통'을 꼽았다. 그는 하버드 유학 시절 소설 '모비딕'을 좋아하셨던 자신의 교수님에 대한 예시를 들며, 그 교수님이 학생들과 얘기할 때에도 세대 차이로 인한 문화적인 단절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소통은 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지금 중학생들과 같이 식사를 하며 얘기를 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런 단절이 참 무섭다고 했다. 똑같은 것을 같이 마주한다는 그러한 맥락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게 너무 끊긴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심심한 사과' 사태를 단어 한두 개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어느덧 대한민국 사회에서 세대와 세대 사이의 공통분모가 너무 없어졌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최 교수는 또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기성세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책을 읽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세대였지만 요즘 세대는 필요한 부부만 찾아 읽는 '검색'하는 세대"라며 그는 대신 "젊은 세대들 중에서 검색을 통해 부분부분을 발췌하고 그것들을 나름대로 모아 전체를 파악하고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한 친구들을 많이 봤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편집 능력"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지금 지식인으로 불리며 살고 있는 자신도 어렸을 때는 "요즘 것들은 말이야, 쓸데없는 것만 좋아한다"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 역시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늘 이전 세대는 반드시 다음 세대에게 불평을 한다. 그리고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무조건 더 탁월하다"며 "그게 아니라면 인류는 망했어야 하는데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젊은 세대들을) 너무 걱정하지 말자"며 "질타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노력을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끝으로 "제 채널 구독자들 상당수가 저와 나이 차이가 제법 많이 난다고 알고 있다. 저도 소통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갑자기 걱정이 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syk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