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위 "형제복지원 사망자 657명…공권력 의한 총체적 인권침해"
35년만에 첫 국가 조사…사망자 105명 더 있어
청와대·군·검·경 개입…보안사 요원 위장침투도
-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형제복지원 사건의 사망자가 알려진 것보다 105명이 많은 657명으로 확인됐다. 또 30여년 동안 청와대·군·검찰·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실도 밝혀졌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의 심각한 인권침해 △의료문제 및 사망자 처리 의혹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시도 등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20일부터 시설이 폐쇄된 1992년 8월20일까지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한 사건이다.
이번 조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35년 만에 국가 기관이 처음 진실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2기 진화위의 1호 사건이기도 하다.
◇ 사망자 105명 추가 확인…청와대·군·검찰·경찰 등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진화위는 이번 조사 결과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많은 657명이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1984년에는 4355명에 달했다.
1986년 한 해 형제복지원 사망자는 135명으로 당시 일반국민 사망률 0.318%보다 13.5배나 높은 4.30%였다. 같은 해 형제복지원 수용자의 결핵사망률도 0.41%로 당시 일반인구 결핵사망률 0.014%의 29.2배에 이르렀다.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해 '화학적 구속'이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진화위는 수용자들이 강제노역한 대가인 자립적금을 형제복지원이 미지급하거나 착복한 사실도 밝혀냈다.
여섯 살에 강제 입소돼 48년 만에 가족을 상봉한 사례도 확인했다. 이 사례처럼 강제수용된 아동 피해자 상당수가 성명과 생년월일 등 중요한 신상정보가 변동돼 가족과 연락이 끊기고 원래 호적이 말소됐다.
국군보안사령부가 형제복지원을 집중관리한 사실도 확인했다. 보안사는 형제복지원에 수용돼있는 납북귀환어부 김모씨(당시 29세)를 감시하기 위해 보안사 요원을 위장 침투시켰다. 또 국가보안법·국방경비법·반공법 위반자를 신원특이자로 구분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감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청와대·안기부·대검·치안본부·보안사 등의 고위급들이 대책회의를 열고 관계기관들이 조직적 축소 및 은폐를 시도한 사실도 확인했다.
형제복지원 수용의 근거인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내무부 훈령 제410호)이 법률유보 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 체계 정당성을 모두 위반한 점도 확인했다.
◇ "국가, 피해자에 공식사과하고 피해회복 위한 실질조치해야"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거나 이들의 허가와 지원, 묵인하에 부랑인으로 지목한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단속해 형제복지원에 장기간 자의적 구금한 상태에서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 실종 등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진화위는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각종 시설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국회는 6월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해야 한다고 진화위는 권고했다. 부산시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조사 및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위해 예산, 규정,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화위 위원장은 "2005년 출범한 1기 진화위에 3건의 시설 강제수용 신청 건이 접수됐으나 당시에는 시설수용 문제를 국가범죄로 인지하지 못했다"며 "2기 진화위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에 의한 총체적 인권침해 사건임을 종합적으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또 "오랜 시간 기다려온 형제복지원 사건의 인권침해 진실이 드러난 것은 피해자와 유가족, 사회단체 등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며 "2기 진화위 출범의 계기가 된 이번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진실 규명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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