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미군정→시민의 품까지 110년…송현동 부지의 역사
조선시대 왕족 살던 곳, 90년 가까이 외세에 소유권 뺏겨
삼성생명이 1997년 매입 후 주인 바뀌고 '폐허'로 방치
- 전준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 송현동은 서울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금단의 땅이었다.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들여다볼 수 조차 없던 송현동 부지가 시민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110년이나 걸렸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에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이 살았던 곳이다.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석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고, 광복 후에는 미군정이 접수해 미군숙소로, 다시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였다.
90년 가까이 외세에 소유권을 빼앗기며 가슴 아픈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삼성생명이 1997년 1400억원에 이 땅을 사들여 미술관을 지으려고 했지만 건축 규제로 인해 포기하고 폐허로 방치됐다.
이후 대한항공이 2008년 송현동 부지를 2900억원에 매입하고, 7성급 한옥 호텔을 비롯한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려고 했지만 교육청과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한항공 측은 호텔 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복합문화허브' 조성을 추진하다 한진 그룹 일가 비리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로 결국 땅을 내놓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LH간 3자 매매교환방식으로 송현동 부지를 확보했다. 매매가는 5580억원으로 LH가 먼저 대한항공에게 송현동 땅을 구입하고 돈을 준 뒤, 송현동 땅을 서울시가 갖고 있는 땅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재는 대한항공에서 부지 소유권 이전을 위한 기반조성(부지평탄화 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서울광장(1만3207㎡)의 약 3배에 달하는 송현동 부지를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110년 넘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공간인 만큼,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기보다는 서울광장처럼 넓은 녹지광장에 최소한의 시설물만 배치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오는 2027년에는 (가칭) 이건희 기증관이 송현동 부지에 들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점의 문화재와 미술품을 전시하는 기증관 후보지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종로 송현동 부지를 놓고 검토해오다 송현동으로 지난해 11월 확정했다.
서울시는 향후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정부 추진 '이건희 기증관' 위치를 확정하고, 조화를 이루는 통합 공간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junoo568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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