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역습]⑤카카오 진출 환영했던 대리기사들 '실망'만…왜?

유료서비스 등 약속 어기자 기사들 불만…업체들 "더 커지면 고사위기"
독과점시 소비자 피해도 불가피…상생방안 찾지만 결론 쉽지 않을듯

편집자주 ...음식주문, 택시·대리 호출, 숙소 예약까지 모든 게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에 열광했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이제 '편리함'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플랫폼을 통한 음식 배달이나 대리운전 비용은 올라도 너무 오르는데 정작 노동자의 수입은 크게 늘지 않는다. 게다가 배달업으로 인력이 몰리면서 산업 현장은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은 '플랫폼의 역습'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유튜브 광고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대리운전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는 카카오모빌리티로 인해 대리운전업계가 혼란에 빠져있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카카오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한다. 카카오의 진출에 환영했던 대기리사들도 유료화를 시도하는 모습에 점차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플랫폼의 독점 문제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해관계자별 목소리가 달라 해결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리기사들, 카카오 유료화 시도에 점점 본색 드러내나 '우려'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를 수급 상황에 따라 0~20%로 변동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존 대리업체들이 20~30% 수준의 수수료 외에도 프로그램비, 대리운전 보험료, 출근비 등을 명목으로 최대 35%를 떼가는 점을 고려하면 대리기사들에게서 환영받을 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대리운전 기사들은 점유율을 높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처음 시장에 진입할 때 한 약속을 교묘하게 어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수료 외에 어떤 비용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2020년 8월부터 월 2만2000원의 프로그램비를 받고 우선 배차권과 전화대리업체의 콜 등을 제공하는 '프로서비스'를 도입했다. 가입 여부는 자율에 맡겼지만, 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설치할 수밖에 없다.

대리운전 기사 정모씨(41)는 "대리기사 80% 정도는 프로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선 배차의 의미는 사라지고 카카오가 사실상의 프로그램비를 받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수료 역시 0~20%까지 다양하지만, 실제론 수요가 많은 번화가에선 20%짜리 콜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카카오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콜 단가를 낮추고 있다는 것도 대리운전 기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 B씨는 "대부분 기사가 카카오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카카오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종종 말도 안 되는 단가를 올려놓는다"며 "이런 게 너무 당연해지면 기사들의 수익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대리시장 무임승차 비판…전화콜업체들 "더 커지면 고사 위기"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의 경우 카카오와 티맵모빌리티 등 대기업 플랫폼의 사업확장 속에 존폐위기를 고민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리운전업체는 2013년 3851개에서 2020년 3058개로 20.6% 감소했다. 업계에선 이런 대리운전 시장 변화가 카카오 대리의 빠른 시장 장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의 대리 시장 점유율은 대리운전업계 추산 30% 내외로 아직까진 기존 전화호출(콜)업체들이 더 우위에 있다. 다만 카카오가 전화 콜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는 게 문제다.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CMNP는 지난해 7월 대리운전업계 1위 ‘1577대리운전’과 신설법인을 설립해 전화 콜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했다. 여기에 전화콜업체 2곳을 추가로 인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커졌고 결국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대리운전업체들은 카카오가 플랫폼과 자본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기존 고객과 기사를 빼앗아 무임승차 하는 형태로 시장에 안착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지속해서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며 몸집만 불렸을 뿐 대리시장의 혁신을 이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후발주자로 지난해 7월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한 티맵모빌리티도 카카오가 사업 확장에 주춤한 사이를 틈타서 현금성 프로모션 등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전국대리운전총연합회 관계자는 "티맵이 최근 대리기사 리베이트, 삐끼영업 등 비신사적인 방식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며 "자본력이라는 지배적인 지위를 가진 대기업들이 영세업체를 퇴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 업계는 카카오나 티맵이 시장점유율을 높여 독과점 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벌어질 일을 더 우려하고 있다.

초반에 원가 이하의 판매 전략을 세워 손실을 감당하던 플랫폼 기업이 경쟁자가 고사한 후엔 본색을 드러며 수익극대화 전략을 펼친 사례를 수없이 봐 왔기 때문이다. 앞서 이커머스, 배달, 숙박, 택시 등이 이런 전철을 밟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향후 대리시장에서 독과점 업체로 성장하면 수수료율을 높이거나 직접 전화콜 시장에 진입하는 등 점령군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대리운전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점유율을 50% 이상 확보하고 일방통행으로 가면 업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왼쪽부터) 정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동규 카카오모빌리티 부사장,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정철민 의원실 제공)

◇플랫폼 "독점은 안 돼" 사회적 공감대…이해관계자별 목소리 달라 '어디로'

플랫폼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대리운전 기사와 업체들의 상생 요구에 발을 맞추려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플랫폼의 독점 심화가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대리운전노조)은 교섭 요구 1년 반만인 지난 3월부터 카카오모빌리티와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노조는 프로서비스 폐지와 배차 알고리즘 공개, 수수료 인하 등을 핵심으로 하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대리운전업체들을 대표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카카오와 티맵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지난해 5월 대리운전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신청했다. 연합회는 카카오 15%, 티맵 10% 등으로 총 시장 점유율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현금성 프로모션 중단, 추가 인수 합병 금지 등도 제안했다.

이후 조정협의체가 구성돼 논의에 착수했지만, 1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는 5월에 나올 결론에서 대리운전업계의 요구는 대부분 수용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와 티맵 간의 견해차가 크다보니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헤비급과 라이트급이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최소한의 공정한 경쟁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는 플랫폼 기업을 향한 업체와 기사 간의 요구사항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카카오의 수수료를 현행 수준에서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업체들은 카카오가 수수료를 낮추면 영세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금성 프로모션을 자제하라는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사들은 반대한다.

대리운전노조 관계자는 "대리운전업체들이 카카오에 수수료를 상한선을 두자고 하는 것은 담합을 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정부가 대리운전업계를 오랜 기간 방치해둬 소수의 대리운전업체와 프로그램사의 담합구조가 생기면서 고율의 부담을 기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