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키트' 가격 해제됐지만…약국·편의점 "그대로 6천원, 당분간 유지"
약국 "가격 인하가 오히려 사재기·경쟁 부추길 수 있어"
시민들 "증상 의심 때마다 검사 부담…가격 인하·지원해야"
- 노선웅 기자,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구진욱 기자 = "가격 경쟁을 벌일 상황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사재기를 부추길 수도 있고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안정적으로 유통·공급됨에 따라 6000원으로 지정한 판매 가격을 5일부터 해제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6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시민들은 증상이 의심될 때마다 키트를 구매하기가 부담된다며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약국과 편의점에선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유인이 없는 데다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이 오히려 사재기나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5일 뉴스1이 방문한 약국 5곳과 편의점 5곳 모두 현행 가격 6000원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 10개 이상 물량이 남아있는 상태였고 약국의 경우 5개 혹은 20개, 25개로 벌크포장된 키트를 판매하는 곳도 많았다.
오전 9시쯤 방문한 성수역 인근의 A약국에는 2개짜리 자가진단키트가 20개, 5개짜리 벌크포장된 키트가 5개가 남은 상태였다. 판매 가격은 개당 6000원으로 개수 제한은 없었다. 약국 관계자는 "공급이 안정적으로 되고 있고 찾는 수요도 예전보다 줄었다"며 "가격을 내리거나 올릴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 자체가 줄다보니 가격 경쟁을 벌일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사재기나 약국 간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의 B약국에는 2개짜리 자가진단키트가 10개, 25개짜리 벌크포장된 키트가 2개가 남아 있었다. 약국 관계자는 "오전 8시부터 아직까지 나간 게 없다"며 "이제 물량이 부족하지 않고 수요도 줄어 발주 자체를 줄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발주 넣기도 힘들었는데 요샌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바로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는 편의점들도 판매 가격을 6000원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뚝섬역과 성수역 일대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대부분의 편의점에는 남아있는 자가진단키트 수량이 10개 이상이었으며 여전히 6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2월과 비교했을 때 3월 매출이 364.3% 정도 증가했다"며 "기존 6000원으로 판매를 지속하되 필요시 매장별로 가격을 할인해 판매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관계자 역시 "2월 대비 3월에 자가진단키트 매출이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존 6000원으로 계속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 측도 자가검진키트를 기존 가격 6000원으로 계속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시민들은 증상이 의심될 때마다 매번 자가진단키트를 구입하기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약국에서 만난 신모씨(39·여)는 "가족들이 회사와 학교에 가야해 매주 한 번씩은 증상이 없어도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한다"며 "4명만 해도 한 달에 10만원꼴이다 보니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약국 손님 조모씨(68·여)도 "집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손자가 있어서 가족이 사용할 키트를 항상 집에 구비해둔다"며 "가격이 조금만 내려도 지금보다 더 편히 키트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강백원 식약처 대변인은 "고정된 가격을 풀었기에 경쟁을 통해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과거에는 수요 폭증으로 많은 폭리를 취했다면 이제는 공급이 많아졌으니 그렇게 하면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국이나 편의점에선 20개씩 들어있는 대용량 재고를 다 팔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을 떨어뜨리거나 6000원으로 다 팔고 얼른 소진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온라인에서 허가받지 않은 제품을 파는 행위나 6000원 이상으로 판매하는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할 것"이라며 "현재도 온라인으로 판매하거나 기업형으로 대량 판매하는 곳들을 찾아 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를 다시 허용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시중의 물량도 많은 상황"이라며 "공급량도, 제조사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키트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판단하는 곳들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데믹 상황으로 갈지는 확신은 못 하지만 이제 진단키트에 대한 수요도 이전만큼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약국들도 대부분 가격조정이 이뤄지는 시기를 예견하고 있던 상황이라 일부 수급이 많던 약국을 제외하곤 변동이나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자가검사키트는 지난 2월15일부터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개당 판매 가격이 6000원으로 지정됐다가 4월5일부터 지정 판매 가격이 해제됐다.
이전까지 구매 시 1인당 5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었지만, 식약처는 지난달 27일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해제했다.
다만 판매처 제한 조치는 4월30일까지 유지된다. 약국·편의점은 판매 가격을 정해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 상에서의 판매는 금지된다.
식약처는 "'판매처 제한(온라인 판매금지, 약국·편의점 판매)' 등 다른 조치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변경·해제를 검토하고, 결정 사항이 있는 경우 신속히 알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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