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키트 '가짜음성' 속출에 "1시간 이내 신속PCR 활용해야"

"대용량 자동화 장비 도입, 검사인력 충원으로 PCR 검사역량 확보 가능"
신속PCR, 정확도↑ 검사결과 1시간 이내…호흡기전담클리닉 배치 시급

지난 13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2.2.1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가짜 음성(위음성)' 사례가 속출하면서 정확도가 높은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로서는 자가검사키트의 위음성 가능성을 감수하더라도 한정된 PCR 검사 재원을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이지만, 현장의 혼란이 예상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의학계는 PCR 분석기기인 자동화 장비의 대용량화, 검사 인력 충원 등을 통해 PCR 검사 역량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최근 관련 업계에서 하나둘 정부 허가를 받고 있는 '신속PCR키트'도 새로운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선별진료소 PCR 검사는 △60세 이상 고령층 △보건소의 밀접접촉 검사 요청자 △의사소견자 △감염취약시설 종사자 △신속항원검사 및 응급선별검사 양성자의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그 외의 경우는 선별진료소에서 자가검사키트(신속항원검사)나 동네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우선 받아야 한다. 여기서 '양성'을 확인하면 PCR 검사를 받는다.

자가검사키트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자신이 스스로 콧속의 검체를 채취하느냐, 전문가가 코 안쪽으로 깊숙이 면봉을 집어넣어 검체 채취를 하느냐의 차이만 있다. 정확도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키트 쪽이 조금 더 높다는 평가다.

정부가 이 검사체계로 전환한 까닭은 올 초 1만명 미만이었던 일일 확진자가 2월 들어 수만명으로 급증하면서 PCR 검사 역량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PCR 검사 대상을 신속히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단 현장에선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낮은 정확도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자가검사키트로 수차례 '음성'을 확인했는데,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자가검사키트 검사결과 음성만 믿고 일상생활을 하는 구멍이 발생할 수 있어, 그만큼 국민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음성 예측도' 99%…"100만명 중 위음성 1만명은 지역사회서 활동"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를 최대 41.5%로 분석했다. 실제 감염자는 100명인데,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이들 중 41.5%만 양성으로 판단한다는 얘기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확인하는 확률을 의미한다. PCR의 민감도가 99%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감염자이지만 위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58.5%에 달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혁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위음성은 실제 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 비율인 양성률이 높아질수록 많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앞서 "신속항원검사가 음성을 99%(음성 예측도) 이상 발견해낸다"고 밝힌 바 있지만, 보이는 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99%라는 수치가 높아 보이지만 만약 하루 100만명이 음성이 나왔다면 그중 위음성자는 1만명으로, 이들이 지역사회로 들어간다는 것을 말한다"며 "반면 PCR는 수만명 중 위음성자가 1명 나올까 말까여서 신속항원검사보다 그 비중이 훨씬 적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검사 양성률이 증가할수록 위음성률도 함께 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양성률이 지금처럼 10~20% 정도면 음성 예측도는 90% 정도가 되고, 10명중 1명이 위음성이란 얘기"라며 "양성률이 20~30%로 증가하면 위음성 비율이 5명 중 1명으로 늘기 때문에 신속항원검사는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피력했다.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과 동네 병의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 첫날인 3일 오전 호흡기 전담 클리닉으로 지정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화홍병원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2022.2.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RT-PCR 민감도 99%, 신속항원검사와 차이

신속항원검사는 PCR과 민감도는 왜 차이가 나는 걸까. 코로나19 양성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는 진단검사법의 '민감도'와 '특이도'다. 민감도는 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하는 확률, 특이도는 음성을 음성으로 판단하는 확률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자면 민감도다.

PCR 검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해 감염여부를 분석하는 만큼, 민감도 99%, 특이도 100%의 높은 정확도를 나타낸다. 코로나19 검사의 국제 표준격으로 정부도 이 방식을 국내 기본 검사법으로 설정해왔다.

PCR 검사는 의료진이 코 깊숙이 면봉을 삽입해 코와 목 뒤쪽 점막(비인두도말)에서 채취한 검체를 PCR 분석기기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자기 스스로 비인두도말 검체 채취가 어렵고, PCR 장비도 다루기 어려워 지정된 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진행해야 한다. 검사 절차가 다소 복잡한 만큼 결과를 받기까지는 길게는 하루 정도 소요된다.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받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역시 전문가가 비인두도말에서 검체를 채취한다. 검사키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항체가 있어 바이러스 항원과 결합시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0분이 채 안 걸린다. 하지만 유전자 증폭 등의 과정이 없기 때문에 민감도가 낮아 무증상이나 감염 극초기엔 가짜 음성이 나올 확률이 크다는 해석이다.

약국에서 살 수 있거나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받는 자가검사키트도 신속항원검사법이다. 다만 이 경우 검사자 스스로 면봉으로 비강내 검체를 채취하기 때문에 코 안쪽 깊숙이 검체를 꺼내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 비하면 민감도가 낮다는 평가다.

◇"PCR 검사역량 키울 수 있어…신속PCR키트, 호흡기전담클리닉 배치도 필요"

이혁민 교수는 PCR 검사 확대를 위해 3가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바로 △대용량 검사 자동화장비 △검사 인력 보완 △검사 교육 등이다.

PCR 검체를 대량으로 검사할 수 있는 자동화 장비 도입을 통해 검사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대용량 자동화 장비는 예전부터 정부에 승인해달라고 요청해왔다"면서 "최소한 국공립병원과 국립의료원 등에 보급하면 몇십만명의 검사량을 더 소화할 수 있고, 나중에 이 장비는 코로나19 외 다른 감염병 검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혁민 교수는 "검사실 인력도 일상생활 속에서 감염이 안 되리란 법이 없기 때문에 인력을 더 늘려야 하고, 높은 수준의 검사 질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교육도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PCR 검사 수가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면, 실제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것도 이 교수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 교수는 "PCR 검사 수가가 2만원~2만5000원이고 자가검사키트는 1만원 전후인데, 자가검사키트 두 번 쓰면 PCR 검사 가격이 나오는 수준"이라며 "결국 자가검사키트는 비용 대비 이득이 없다"고 일침했다.

아울러 1시간 이내로 PCR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는 '신속PCR키트'가 신속항원검사법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속PCR키트도 유전자증폭 검사인 만큼, 정확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산 신속PCR키트는 2종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았다. 이 제품들은 PCR 검사 방식이면서도 핵산추출과 유전자 증폭 과정을 한 개의 카트리지 안에서 할 수 있도록 해 검사 시간을 대폭 단축시킨 것이 강점이다.

해외 신속PCR키트가 먼저 대학병원 등 응급실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민감도는 97%로 알려졌다.

이혁민 교수는 "신속PCR키트는 신속항원검사법보다 민감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호흡기전담클리닉에 배치하면 좋을 것"이라며 "그 외 응급실과 소방차, 구급차에도 보급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