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에게 회계감사를?…서울시의회 잇단 조례 논란

'오세훈 퇴장' 조례 이어 민간위탁 조례 상위법 위반 지적
금융위 지시에 서울시가 재의요구…공인회계사들도 반발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1.12.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서울시의회가 세무사도 민간위탁 기관의 회계감사를 할 수 있는 조례를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시의회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발언 중지와 퇴장을 명령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시의회는 지난달 22일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공인회계사만 할 수 있었던 민간위탁 수탁기관의 회계감사를 세무사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 검사'로 새롭게 정의내렸다.

다만 해당 조례는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다시 수정될 처지에 놓였다.

금융위원회는 조례가 공인회계사법 위반이라며 서울시에 재의요구를 지시했고, 서울시는 10일 시의회에 재의요구를 했다. 공인회계사법 제50조에서는 등록한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만 회계에 관한 감사·감정 등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당초 시의회도 해당 조례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조례안 발의 당시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와 심사보고서에서는 "경기도의회 입법사례를 보면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 않다"며 "공인회계사 측과 세무사 측 간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유사한 경기도의회 사례를 언급하며 금융위 재의요구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해당 조례안은 지난 2019년 발의됐지만 회계사회 반발과 서울시 집행부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2년간 계류됐다.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소리소문없이 해당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 탓에 시의원들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조례를 통과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조례안 발의에 찬성한 조상호 민주당 시의원은 세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조상호 의원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해당 조례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채인묵 기획경제위원장은 "2019년엔 회계사들의 반발이 심했고, 집행부도 반대 의견이 있었다"며 "이제 충분한 숙성기간을 거쳤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채 위원장은 "서울시 결산검사를 할 때도 공인회계사와 세무사가 모두 참여한다"며 "민간위탁 기관의 경우 규모가 훨씬 작은데 굳이 회계사만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와서) 형평성 차원에서 회계사와 세무사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사 업계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무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면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세무사는 회계기록에 관한 검증 업무를 하는 자격사가 아니고, 세무사 시험과목에 관련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 논리라면 회계사와 세무사의 세무대리업무를 대학교수, 세무사 사무소 직원, 회계·세무 실무경력자에게 허용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한편 경기도의회도 2019년 같은 내용의 조례를 통과시켰지만, 금융위가 재의요구를 지시했다. 경기도의회는 아직 조례를 재의결하지 않은 상태다.

오는 6월 지방의회 임기 종료 때까지 재의결하지 않은 조례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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