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횡령·시스템 붕괴…오스템 사건은 '동아건설 박부장' 판박이

동아건설 박상두 부장 13년 전 1898억 횡령…복수의 조력자도

4일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인 이 회사에서 자금관리 직원이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2022.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이모씨(45)가 5일 자신 소유 건물에 숨어있다 체포됐다. 이번 사태가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동아건설 박부장 사건과 닮았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횡령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는 점이 비슷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이 무너져 회사 측이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점도 유사하다.

동아건설 박상두(당시 48세) 자금부장 사건은 역대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으로 꼽힌다. 박씨는 2004년 9월부터 5년간 출금청구서를 위조하는 방법 등으로 회삿돈 1898억원을 빼돌렸다.

박씨는 2010년 법원에서 징역 22년6개월형이 확정돼 13년째 복역 중이다. 그는 72세가 돼서야 출소할 수 있다.

박씨가 거액을 빼돌리는 과정에는 복수의 조력자가 동원됐다. 그는 시중은행 지점에 근무하던 고교 선배 김모 차장에게 '실적을 올려 줄테니 허위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부서 부하직원인 유모 자금과장에게는 예금청구서에 법인인감을 미리 찍어두는 방식으로 서류를 위조할 때마다 수백만원의 수고비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유씨는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모 은행 전직 부행장 3명을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29명도 횡령 사건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이씨에게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가 동아건설 박 부장 사건과 판박이라고 봤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회사 자기자본의 92%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동아건설 박 부장 때와 비슷한 형태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독 범행인지 공범이 있는지 철두철미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씨의 범행 경위와 공범 존재 여부 등을 조사하는 한편 그가 여러 계좌로 분산 송금한 횡령액의 행방을 쫓고 있다.

윗선이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씨의 변호인은 6일 강서경찰서에 출석해 "재무관리팀장이라는 직책이 드러나는 위치인데 혼자 횡령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윗선의 업무 지시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오스템임플란트는 입장문을 내고 "사내 윗선의 개입이 있다는 억측과 추측성 소문이 나돌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파악한 바로는 윗선 개입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횡령 직원의 신병이 확보됨에 따라 본격적인 경찰 조사가 이뤄져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며 "회사 회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그 어떠한 개입이나 지시를 한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주장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