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리플리 증후군, 망상, 거짓말…어떻게 다를까

리플리 증후군이란 진단명 없어…'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유사
리플리 증후군, 거짓말 할수록 죄책감보다 행복감 커

MBC '미스 리플리'. ⓒ News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리플리 증후군'이란 용어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이 병이 어떤 것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리플리 병' '리플리 효과'라고도 부르는 이 병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라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범죄 소설에서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는 재벌 2세 친구를 살인한 뒤, 친구의 신분을 이용해 제2의 인생을 살려고 시도한다.

이 소설은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로 각색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미남 배우 알랭 들롱이 주연한 리플리는 1970년대 정신병리학자들의 관심을 모았고, 유사한 사례가 많이 발견되면서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리플리 증후군은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마음속으로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많이 발생한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신정아의 학력위조 사건을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보도하면서부터 이 용어가 널리 알려졌다. 2011년 신정아 사건을 모티브로 한 배우 박유천 주연의 '미스 리플리'가 방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플리 증후군이 의학적으로 정립된 병명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민현 교수는 뉴스1에 "정신건강의학적으로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은 없다"면서 "다만 정신의학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진단 기준상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리플리 증후군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진단 기준 중 하나에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가명 사용.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음'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것이 리플리증후군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박민현 교수는 "리플리 증후군의 특징적 양상은 '거짓말'을 반복한다는 것"이라면서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거짓말을 할 때 탄로날까봐 불안해 하지만 리플리 증후군의 경우 자신의 거짓말이 사실이라 여기며 행복해한다. 또 거짓임이 드러난 후에도 거짓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플리 증후군을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기보다는 망상장애의 일종으로 본다. 하지만 박 교수는 리플리 증후군이 망상과도 다른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망상은 쉽게 변경되지 않는 고정된 믿음이며, 흔히 같은 문화에 속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괴이한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전반적인 현실 검증력이 저하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면에 리플리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허위의 사실은 다른 사람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기 어려운 그럴싸한 내용들이 많으며, 본인이 주장하는 허위의 사실 이외의 현실 검증력의 저하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ungaung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