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 펼치자 정액이…" 독서실 총무한테 수차례 테러 당한 취준생
몰래 가져가서 묻힌 뒤 감쪽같이 접어서 제자리에
성범죄 처벌 조항 없어 재물손괴·방실침입 '벌금형'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난 5월 여성 후배의 텀블러에 자신의 정액을 몰래 넣은 40대 남성 공무원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가운데, 한 취업 준비생이 독서실에서 쓰는 담요에 정액 테러를 당한 사연을 공개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서실에서 정액 테러를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시험을 준비하는 평범한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A씨는 "올해가 시험 도전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는데 내게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햇수로 3년간 같은 독서실을 다니고 있는 A씨는 "가해자는 독서실 총무"라면서 "독서실에 놔두고 다니는 담요가 있는데, 그걸 CCTV에 안 보이게 옷 속에 숨겨서 화장실로 가지고 가 음란 행위를 한 뒤 정액을 쌌다. 그리고 내가 항상 접어두는 방향으로 접어서 내 자리에 갖다 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요는 허리에 두 번 감을 수 있을 정도로 큰 크기였고 나는 평소에 그 담요를 다 펼치지 않고 1/4로 접어 허벅지를 덮는 용도로 사용했다"며 "그걸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해자는 다 펼쳐야 보이는 접힌 면 안쪽에다가 정액을 쌌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몇 번이나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알아채지 못하고 담요를 계속 사용해 온 A씨는 "내가 자리를 정리하다 담요를 떨어뜨려 안쪽을 보지 못했다면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담요를 자주 빨지는 않았지만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집으로 가져가서 빨았고 가져갈 때도 접힌 채로 들고 가 빨래통에 넣었기에 평소에 뭐가 묻었는지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면서 "추위를 막을 용도로 허벅지만 덮었기에 뭔가에 오염될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자신의 담요에 정액을 싸 놓을 거라고는 상상이나 하겠냐"면서 "여자, 남자 방은 따로 구분되어 있고 내가 있는 방에는 사람이 자주 오지 않아 거의 혼자 사용했다"고 적었다.
A씨는 가해자의 정액을 처음 발견한 건 지난 2월이었으며, 경찰에 신고한 뒤 수사가 진행되어 현재는 검사 처분 완료가 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가해자가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죄와 방실침입죄로 기소가 됐다는 것"이라며 "게다가 구약식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 이유는 내 상황에 맞는 법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와 비슷한 사건인 대학교 운동화 정액 테러, 텀블러 정액 테러 모두 벌금형을 받았더라"면서 "나는 글로도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억울함과 무력감, 분노, 자괴감 등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다 겪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이라도 걸려고 했지만 변호사 말로는 재물손괴로 보상을 받아봤자 피해당한 담요와 재킷값, 다 더해도 10만원도 안되는 금액 정도밖에 보상받지 못해 변호사 선임 비용도 안 나올 거라고 하더라"면서 "또 내가 결정적으로 민사소송을 걸지 못한 이유는 상대방이 내 집 주소, 주민등록증 번호까지 다 알게 된다는 것 때문이다. 담요에 자위행위를 하는 비정상인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 줄 알고 내가 민사소송을 걸어 내 신상정보를 알게 하겠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A씨는 "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법이 참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정액 테러와 관련한 사건이 알려진 것만 해도 몇 건이며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을 텐데 아직도 관련 법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이건 명백한 성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아직도 가해자와 비슷한 인상착의만 보여도 몸이 굳고 그때의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다 기억난다. 각종 트라우마를 얻었다"면서 "벌써 그 일로부터 5개월이 흘렀지만 나는 그대로인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는 "가해자가 수차례 전화를 건 뒤 반성은커녕 '고의는 아니었다'고 거짓말을 줄줄이 읊어댔다"면서 "어디서 고의성이 없으면 재물 손괴에서 감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와서 뻔뻔하게 굴었다. 고의성이 없다는 인간이 몇 번이나 같은 짓을 하겠냐"고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독서실을 다니는 동안 가해자와 친분도 없어 사적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왜 나한테 그랬는지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가해자는 얼마 되지 않는 벌금형을 받고 개명도 했다. 새 출발을 하려는 것 같다. 가해자와 같은 동네에 사는 나는 망연자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건을 공론화시켜 가해자가 적합한 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게 방법을 찾는 것뿐"이라며 "부디 하루빨리 관련 법이 생겨서 처벌 가능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액 테러'가 숱하게 발생하지만 성범죄를 적용하지 못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피해 주체가 물건인지, 사람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피해자에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어도 그 대상이 물건이라면 재물손괴 적용을 받는다. 반면 신체 등에 정액을 뿌릴 경우 이는 직접적인 신체에 대한 추행으로 보고 강제추행이 적용된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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