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성추행 이후 인사보복 우려"…'직장 내 성범죄' 사례 공개

신원 확인 제보 1014건 중 79건이 직장 내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2년간 신고 2380건, 기소의견 송치 20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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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차 회식으로 갔던 노래방에서 부장님이 저를 옆자리에 앉도록 강요한 뒤 손을 잡고, 허리를 더듬다 움켜쥐며 저를 감싸안았습니다. 얼마 후 사과를 요구해 부장님으로부터 사과를 받았으나, 반성하는 태도를 볼 수 없고 오히려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직장 동료들에게 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인사성 보복은 물론 2차 가해가 더욱 심해질까 두려워 신고하기가 겁이 납니다." (2021년 4월 수습기간 신입사원 A씨)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부서장에게 보고했지만 '바쁜 시기인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냐'고 회유했습니다. 저는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했고, 부서장이 대표에게 보고해 가해자를 대기발령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의 업무공백으로 부서장에게 업무상 부담이 생기자, 부서장이 저를 비롯해 직원들에게 짜증을 내고 야근을 시키고 화를 내며 면박을 줬습니다. 이후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며 비하하더니 프로젝트에서 아예 배제시켰습니다." (2021년 3월 직장인 B씨)

노동단체인 직장갑질119가 13일 직장 내 성범죄 사례를 공개하고, 이러한 사례가 이어지는 원인이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며 처벌 강화를 촉구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5월 이메일을 통해 접수된 직장갑질 제보 가운데 신고자 신원이 확인된 1014건 중 직장 내 성범죄 사례는 79건(7.8%)로 집계됐다. 직장 내 성범죄 유형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성희롱 등이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범죄를 당한 많은 이들이 집단따돌림과 인사상 보복 등을 우려해 신고를 하지 못하고, 신고를 한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이나 불안감 등에 시달리다 해고되거나 퇴사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고 전체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다"며 "개인 간 문제로 풀어선 안 되며 회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장 내 성범죄 대응법과 관련해서는 "가해자가 사업주일 경우 고용노동부에 진정할 수 있고, 이와 별도로 모든 직장 내 성희롱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가능하다"며 "8월19일부터 노동위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고, 성추행을 포함한 성폭력범죄는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직장 내 성범죄의 원인으로는 솜방망이 처벌을 지목했다. 성범죄 신고에 대한 보복조치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존재하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근로계약관계가 아닌 하청·용역·파견·프리랜서 등은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2018~2019년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신고 건수는 2380건이지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된 건은 20건에 불과하다"며 "처벌조항이 사문화된 셈으로 엄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soho090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