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공단 김용진 "ESG는 기업에 비용 아닌 투자, 한국형 모델 제시하겠다"

글로벌 대기업·금융자본 ESG 투자 속속 확대…한국 기업도 큰 관심
김용진 이사장 "K-ESG 구축하면 참관자 아닌 룰 메이커 될 것" 전망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금 834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한국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른바 'K-ESG' 모델을 구축하고 국내외 자본시장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뉴스1

(서울=뉴스1) 음상준 이형진 기자 =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금 834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이 한국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른바 'K-ESG' 모델을 구축하고 국내외 자본시장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앞 글자를 딴 약자다. 기업 활동에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방식을 적용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뜻을 담았다.

과거에는 투자할 기업을 찾는 지표로 매출 등 재무적인 항목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ESG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도 기후 변화 등 환경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댜. 기업의 사회책임을 뜻하는 '시에스알(CSR)'을 확장한 개념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1 ESG 플러스 포럼'에서 '국민연금과 함께하는 ESG의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김용진 이사장은 "기업도 ESG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며 "예기치 못한 부분을 관리하는데 효과적이며, 새로운 성장 동력과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좋은 계기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책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무엇보다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며 "ESG에 대한 국민연금의 방향과 전략, 기준, 절차 등을 알기 쉽고 명확하게 정리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연금 ESG는 대한민국 ESG 표준이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계와 금융계 전문가들 요구를 반영해 ESG 방향을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진 이사장은 이 같은 'K-ESG' 모델을 구축하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참관자나 학습자가 아닌 '룰 메이커(Rule Maker·규칙을 만드는 사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금공단이 'K-ESG' 모델을 강조하는 배경은 미국 등 선진국 기업과 자본을 중심으로 ESG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등 굵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ESG 투자와 시스템 구축을 견인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자본도 ESG를 대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연금공단은 이 같은 자본시장 변화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노후 자산인 기금 운용에 큰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이는 국내 기업들도 다르지 않다.

김용진 이사장에 따르면 국내 10대 기업 중 7개 기업이 ESG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조만간 그 숫자는 1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500대 기업 중 3분의 2가 ESG 조직을 꾸릴 의사를 밝혔다. 그만큼 기업들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연금공단은 지난 2006년 9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책임투자형(SRI) 위탁펀드를 운용한 것을 시초로 ESG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했다.

이후 2015년 12월 ESG 평가체계를 마련했고, 2020년 11월에는 국내주식 직접 패시브 운용 ESG 통합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위상을 볼 때 'K-ESG' 모델은 국내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용진 이사장은 "ESG는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개념은 아니며, 환경 보존과 인권, 공정거래, 주주 권리, 지배구조 등은 인류 공동체가 존속과 발전을 위해 당연히 요구되는 보편적인 관점"이라며 "사회적 압력이나 규제가 아닌 경제와 투자 매커니즘으로 접근해 세상이 바뀌고 있고, (기업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