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주문액 안되면 안갑니다…인정사정 없는 '스마트 배달'

[라이더 전성시대]②코로나에 몸집 키운 12조 시장 '명암'
3만명 고용효과 이면…업주들 수수료·소비자 배달료 부담

편집자주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업이 아이러니하게 전성시대를 맞았다. 올해 배달 거래액은 3분기 만에 1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배달산업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는 배달기사 처우 문제, 식당들의 수수료 및 광고비 부담, 일회용기 사용으로 인한 환경파괴 등 다양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기자가 직접 배달을 체험해보고 배달업체·배달기사·식당·소비자 등을 다각도로 취재해 라이더 전성시대가 풀어야 할 숙제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후 음식배달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배달 업계는 ‘배달원 모시기’ 전쟁 중으로 배달의민족은 지난 7월 프리미엄 배달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 1000여명을 추가 모집해 3000명까지 늘렸다. 9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위치한 배달의 민족 라이더스 센터에 최근 수요 급증으로 몇 대 남아있지 않은 오토바이 모습(위 사진)과 지난 8월 꽉 찬 오토바이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9.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 30대 직장인 김수혁씨(가명)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거의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어머니가 폐암을 앓는 터라 자신과 가족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다.

김씨의 '집콕' 비결은 배달음식이다. 재택근무를 한다는 그는 코로나19 이후 하루에 최소 한 끼는 배달음식을 주문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배달이 없었으면 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배달'이 비대면 생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사람은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 배달 덕분에 집을 나서지 않아도 끼니 해결이 가능해졌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성장해온 '배달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격하게 몸집을 키웠다. 다만 덤과 같은 '서비스'였던 배달이 '거대 산업'이 되면서 배달앱 수수료나 라이더 처우 등 문제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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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산업 '배달', 자영업자·실직자 '솟아날 구멍'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음식배달서비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11조9985억원을 기록했다.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은 2017년 2조7326억원, 2018년 5조2628억원, 2019년 9조7328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3분기 만에 거래액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배달은 김씨 사례와 같이 비대면 생활이 필요한 소비자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매상이 뚝 떨어진 식당 주인들, 그리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솟아날 구멍'이 됐다.

서울 한 대학가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박기현씨(가명)는 올해 3월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박씨는 "코로나 때문에 홀 손님이 너무 안 와서 배달을 하게 됐다. 지금은 배달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초밥집 주방장 이석민씨(가명)는 "코로나 전에는 배달 매출이 전체의 3분의 1이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배달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요즘은 배달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배달은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돈을 벌 수 있고 최근 배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배달대행업체마다 '배달기사님 모시기'에 한창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활동하는 배달기사 김정환씨(가명·42)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이 운영하던 사무실을 정리하고 지난 7월부터 배달을 시작했다. 그는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했을 때, 배달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곳은 없었다"고 전했다.

◇조선 양반 즐기던 배달, 3만명 고용 산업으로

배달의 역사는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황윤석의 '이재난고'를 보면 1768년 7월 "과거시험을 본 다음 날 점심에 일행과 함께 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배달음식에 대한 첫 기록이다.

1800년대 중반에는 '효종갱'이라는 일종의 배달 해장국이 유행했다는 기록(해동죽지, 최영년)도 전해진다. 1900년대 초중반부터 우리가 아는 '철가방' 배달시스템이 생겨났고 1997년 외환위기로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면서 중국집 등에서는 보편화됐다.

세계 최초의 배달앱은 바로 한국에서 탄생했다. 2010년 4월 '배달통'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치기반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배달앱의 편의성을 무기로 국내에서 음식배달은 하나의 산업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영업수익은 5654억원을 기록했다.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나 배달기사를 공급하는 주요 배달대행업체 메쉬코리아·바로고의 매출도 쑥쑥 성장했다.

배달기사 수도 크게 늘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기준 배달기사 수가 전국 2만~3만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이후로 배달 관련 사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배달기사 수도 더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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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광고비에 우는 소상공인…최소주문금액에 소비자도 불편

배달 산업의 눈부신 성장 뒷편에는 어두운 부분도 있다. 소상공인을 울리는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중개수수료를 대폭 낮춘 공공배달앱을 선보였다.

배달앱들은 중개수수료 뿐만 아니라 경쟁입찰식 광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기 위한 일명 '깃발 꽂기' 비용 등을 부과하고 있다. 요기요는 중개수수료, 외부결제수수료, 부가세까지 주문 한 건당 17.05%를 떼간다.

초밥집 주방장 이석민씨(가명)는 "임대료보다 배달앱 수수료가 더 부담"이라며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줄었는데 배달 비중이 늘면서 순이익은 더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부산시, 전북 군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공배달앱을 선보였다.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낮춘 것이 핵심이다. 다만 사용자 수가 미미한 터라 인지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다. 국가가 민간 영역을 침해한다는 비난도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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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활성화 이후 '최소주문금액'과 '배달비'가 도입되면서 소비자들도 불만이 많다. 한국소비자연맹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 82.8%는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주문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이소망씨(가명·29)는 "최소주문금액이 생긴 이후 '짜장면 한 그릇 배달'은 옛날이야기가 됐다"고 푸념했다. 2018년 교촌치킨이 배달비 건당 2000원을 따로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외식업체들도 뒤따라 배달비를 도입했다.

배달업체들은 오히려 배달비가 너무 낮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이라는 엄연한 상품에 대해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려는 소비자가 많지 않아 배달비를 높이기 힘들다"고 전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