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 명정애씨, 故 정인철 교수 조사 원본 공개 촉구

성희롱의혹 휘말려 자살한 정 교수 1주기 앞두고

© News1 박세연 기자

성희롱 의혹으로 지난해 10월 자살한 정인철 고려대 수학교육과 교수의 1주기를 앞두고 유족과 친지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 교수의 부인 명정애씨와 주변 지인들은 지난달 17일부터 고대 정문 앞에서 '정 교수 성희롱 의혹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명씨는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다시 힘을 냈다"며 "행정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난 이상 고대 양성평등센터는 조사 원본과 녹취록을 공개하고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대 양성평등센터 조사위원회를 상대로 사건에 대한 모든 조사과정이 담긴 녹취록과 심의내용에 대한 기록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명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양성평등센터에 자료 원본 공개를 요구했으나 사건을 재구성한 일지만 공개됐다. 센터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원본 공개를 거절했다.

명씨는 고대 양성평등센터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해 지난 7일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 중 개인정보가 포함된 부분을 제외하고 조사위원회의 기록을 공개하라"면서 "학교측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보다 원고의 권리구제 이익이 더 우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대측은 아직까지 원본 공개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는 상태다. 

'Truth is beautiful' 홈페이지© News1

명씨 등은 올해 1월에 정 교수의 성희롱 의혹을 풀기 위해 'Truth is beautiful(진실을 아름답다). 정인철 교수 자살 사건 진상규명위원회 누리집'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홈페이지에는 사건 경위, 유서 및 관련 자료 등이 게시돼 있고 12일까지 4만2000여명이 방문했다.

명씨가 공개한 남편의 유서에는 "이것은 아닌데... 후회도 많고 억울한 점도 많다..."는 말과 가족들, 학생들에 대해 죄송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또 "기증할 수 있는 모든 장기는 바로 기증하고 바로 화장하여 아무도 없는 들판에 뿌려 달라"고 적혀 있다.

또 'OO교수님, OO선생님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서도 "어떻게 제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않고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성희롱… 인격모독하고 언어폭력을 했다고. 은혜를 배반이라는 날카로운 창으로 들이대냐"는 등 억울하다는 심정이 담겨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 교수는 2009년 3월 고대 수학교육과 교수로 부임하고 2010년 4월 교과교육연구소 소장으로부터 연구소의 실질책임자로 임명받는다. 정 교수는 연구소 운영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여조교와 갈등이 시작됐다고 한다.

정 교수는 지난해 8월2일 연구소에 대한 모든 권한을 박탈당하고 자신의 강의과목도 취소됐다. 그가 8월9일 미국 출장을 간 사이 소장이 직접 8월12일에 정 교수가 여조교를 성희롱했다는 취지로 양성평등센터에 신고를 했다.

정 교수는 이 후 두차례의 조사를 받고서 10월18일 징계 취지의 심의결과 통지서를 받고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명씨측은 교과교육연구소 소장이 여조교는 소장 밑에서 8년간 있었던 애제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아직까지 구체적 대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rje3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