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땅, 땀 흘리는 한국인 위험해져…해외유입 시한폭탄 될라
이라크 일일확진 3000명대·누적 8만명…다른 국가도 안심 못해
현지 열악한 의료체계, 감염 위험…비대면 의료서비스 등 준비
- 음상준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서 파견 근무 중인 한국인 근로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에 놓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중동 국가가 많은 탓이다.
일부 국가는 의료 시스템이 열악해 제대로 된 진단검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라크에서 근무하다가 국내로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 3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앞으로 추가 확진자는 계속 나올 전망이다.
◇이라크발 전세기 탑승객 100명 중 50명 유증상…현지 580여명 어떻게
중동 지역에 파견 근무 중인 한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적인 국가가 이라크다. 지난달에만 이라크에서 한국인 근로자 2명 사망했다.
그중 1명은 현지에서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인 장티푸스에 걸린 뒤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이 근로자는 사후에 진행한 진단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또 다른 1명은 60대 남성으로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현지에서 한국인 감염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16일) 이라크 건설 현장 근무자 100명을 태우고 국내로 돌아온 전세기에서 탑승객 절반인 50명이 의심증상을 호소했다. 그중 28명은 검역 단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율이 30%에 육박했다.
건설업계는 이라크 카르발라 건설 현장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등 국내 4개 건설사와 하도급 업체 직원 등 680여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귀국한 100명을 빼도 580여명이 아직까지 이라크에 체류 중이다. 이라크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섭다. 누적 확진자 수는 8만명을 넘어섰다.
전쟁을 겪은 뒤 국가 재건이 한창인 이라크에서 국내 수준의 진단검사와 의료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인 근로자들은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인 근로자 간, 이라크 현지인을 통한 추가감염 등이 우려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라크에 체류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들이 전세기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뒤 대거 확진 판정을 받으면 국내 의료 체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출국 때 해당 국가(이라크)에서 검역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며 "지역사회에서 국내 입국 후 감염자로 발견되는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해외 건설현장 한국인 1만명 훌쩍…귀국 후 확진, 생활치료센터 입소
열사의 땅으로 불리는 중동 지역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수십년간 파견 근무를 해온 곳이다. 해외건설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한국인 근로자는 중동 18개국, 313개 건설 현장에서 5600여명이 근무 중이다.
그중 일부는 이미 국내로 귀국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전 세계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무자 수를 1만200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인원과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는 근로자까지 고려하면 최소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시스템사이언스 및 엔지니어링 센터(CSSE)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기준 코로나19 상위 10개국 중 이란이 26만4561명으로 전체 10위를 기록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24만474명(14위), 카타르 10만4883명(22위), 이집트 8만4843명(24위), 이라크 8만3867명(25위), 오만 6만2574명(32위), 쿠웨이트 5만6877명(35위), 아랍에미리트 5만5848명(36위)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방역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를 위해 해외건설 근로자에 우선적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의료기관(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을 통해 올해 3분기 내에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다만 비대면 서비스를 개시하기 전까지는 전화상담, 화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역당국은 중동 지역에서 국내로 입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는 근로자가 많아져도 경증일 경우 생활치료센터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나이가 많거나 기저질환이 있으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해 입원치료가 이뤄진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국민이 (코로나19에) 많이 노출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입국을 원하면 비행기가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확진자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생활치료센터는 9일 기준 3개소, 551실이다. 그중 474실을 비워둔 상태다. 전국 감염병전담병원 내 병상 수는 2935개이며, 그중 2251개 병상을 여유분으로 확보한 상태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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