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재벌 부동산 23년간 61조 올랐지만 정보공개 깜깜이"

경실련 "보유가액 6배 ↑…환수장치 없어 부동산 몰두"
"관련부처 정보공개 서로 미뤄…제대로 공개해야"

17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5대 재벌 토지자산 증가 및 역대정부 재벌토지자료 공개 기자회견에서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등이 문재인정부의 재벌 보유토지자료 공개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삼성·현대·LG·SK·롯데 등 이른바 '5대 재벌'이 보유한 부동산 가액이 지난 23년간 6배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적인 경제활동에 주력해야 할 재벌이 부동산 투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재벌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들이 기술개발에 나서기보다 부동산 개발·임대와 같은 비생산적인 경제활동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경실련의 분석에 따르면 5대 재벌이 보유한 토지자산은 지난 1995년부터 2018년 사이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12조3000억원에서 73조2000억원으로 6배, 액수로는 61조원이 증가했다.

증가폭은 2007년 이후 두드러졌다. 1995년에서 2007년 사이 증가폭은 2배 수준이었지만,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증가폭은 3배 정도였다. 증가액은 각 구간에서 12조원과 49조원 수준이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토지의 땅값이 가장 높은 기업은 부동산 가액이 24조7000억원인 현대였고, 이어 △롯데 17조9000억원 △삼성 14조원 △SK 10조4000억원 △LG 6조2000억원 순이었다. 조사기간 토지자산이 증가한 정도 역시 같은 순서였는데, 현대차는 22조5000억원을 증식했으며 이어 △롯데 16조5000억원 △삼성 10조3000억원 △SK 8조5000억원 △LG 3조원이었다.

5대 재벌이 소유한 토지자산 장부가액 변화 자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 뉴스1

경실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거치며 재벌들의 부동산 현황과 관련된 정보공개가 점차 축소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재벌의 토지보유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통령의 뜻과 달리 관련 부처들에서 정보공개에 미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30년 전 노태우정부는 당시 국세청과 은행감독원(현 금융감독원) 및 관련 정부 부처가 재벌이 보유한 토지자료를 조사·공개했다. 김영삼정부에서도 재벌 부동산 소유현황 자료가 공개됐으며,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는 국회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30대 재벌기업의 토지거래현황'을 공개한 바 있다.

1999년 금융감독원이 전자공시시스템을 도입한 이후에는 외부감사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재무제표에 보유토지 면적과 공시지가 및 장부가액을 공시했다. 하지만 2011년 이명박정부 당시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재벌 보유토지의 공시지가와 면적 정보가 비공개되기 시작했다.

경실련은 5대 재벌이 토지를 보유한 현황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 3월 △필지별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 △비업무용 및 비사업용 토지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근거자료를 가지고 있는 국세청·행정안전부·금융감독원·국토교통부가 서로를 소관부처로 미루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와 금융감독원은 재벌의 토지보유 현황이 국세청과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세청과 국토교통부 역시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경실련은 법인세법과 지방세법 등 관련 법률과 책무에 따라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할 부처들이 이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여아 5당 대표와 회동에서 재벌 보유토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이 들어오자 이를 잘 챙기라고 지시했는데도 그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과거 공개되던 재벌 토지보유 현황이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빌미로 비공개되기 시작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재벌개혁과 부동산 투기근절을 외치면서도 재벌의 부동산 보유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벌의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가 없는 탓에, 생산적인 활동에 주력해야 할 재벌이 부동산 투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 같은 투기가 집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재벌의 토지보유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kays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