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철원구간 가보니…유해발굴 현장과 북한 GP가 눈앞에

철원지역 15㎞ 6월부터 일반에 공개

지난달 22일 취재진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화살머리 고지의 비상주 gp를 살펴보고 있다. GP 너머로는 북한군의 GP도 볼 수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철원=뉴스1) 이재상 기자 = "조국의 품으로 반드시 모시겠습니다."

4일 방문한 강원 철원의 'DMZ 평화의 길'에서는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DMZ 내 군사분계선(MDL)과 인근에 자리한 북한의 비상주 감시초소(GP)가 한눈에 들어왔다. 또 지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 공동으로 유해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는 "조국의 품으로 반드시 모시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이 지역의 유해발굴을 진행, 국군전사자 유해 13구를 발견했고, 지뢰 및 불발탄 등 1844점을 찾아냈다. 현재도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DMZ 내부에 위치한 '화살머리고지'에 도착하니 남북 유해발굴 작업과 관련해 UN군의 깃발과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화살머리고지 출입구 C통문 앞에서 취재진과 행정안전부, 철원군 관계자들은 휴대폰과 신분증을 맡긴 뒤 준비된 차량으로 1.5㎞ 구간을 이동했다.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 코스에서 군인들이 화살머리 고지로 들어서는 출입구인 57통문을 개방하고 있다. . 2019.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화살머리고지는(281 고지)는 고지 모양이 화살촉 같이 생긴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1952년 10월6일부터 10월10일까지 5일 간 미2사단 배속 프랑스 대대와 중공군 제113사단 338연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당시 많은 인명 손실을 입으면서 고지를 확보함으로써 중공군의 의지를 꺾을 수 있었고, 우측의 백마고지 방어를 할 수 있었다. 이곳에는 2008년 수립된 프랑스 위령비도 위치하고 있었다.

화살머리고지에서 근무하는 UN사 프랑스 군인은 "오래 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벌였던 의미 있는 곳"이라며 "하루하루가 영예롭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방한계선을 따라 북한군의 OP와 GP가 보였다. 북한군을 상징하는 붉은 깃발도 가시권이었다. 화살머리고지를 기준으로 1,9㎞, 2.1㎞ 위치에 북한군의 GP 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군 관계자는 "저쪽에서도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훤히 보일 것"이라면서도 "최근 군사합의 이후 특별한 동향은 없지만 현재 유해작업은 남북 공동이 아닌 한국군에서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취재진들이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내 공작새 능선 조망대에 올라 철책선너머 비무장지대를 바라보고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정부는 지난 4월27일 DMZ 평화의 길 고성 구간을 개방한데 이어 1일부터 철원 구간을 운영하고 있다. 철원구간의 전체 거리는 왕복 15㎞로 백마고지 전적비~백마고지 조망대~공작새능선 조망대~화살머리고지 GP~C통문~백마고지 전적비로 이동하는 구간이다. 하루 2차례 관광객 각각 20명이 주 5회 DMZ 길을 이용하고 있다.

철원 구간은 1952년 10월 당시 국군9사단이 중공군의 공격을 수차례 격퇴한 전투로 유명한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된다. 철원 구간은 한국전쟁 등 다양한 역사적 가치와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해설사와 셰르파, 군 관계자 등이 동행한다.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조망대까지 1.5㎞를 차량으로 이동하니 DMZ 내에서 하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역곡천의 경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역곡천은 북한 평강군에서 발원해 남한(철원군)으로 흐르다 다시 북으로 DMZ 경계를 넘나드는 하천이다.

곧바로 역곡천을 따라 화살머리고지가 보이는 공작새능선 조망대까지 DMZ 남측 철책이 이어진 3.5㎞를 걸어서 이동하면 철책선 너머 광활한 DMZ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철원군 관계자는 "이곳은 오염이 전혀 되지 않은 천의 보고"라며 "두루미 등 각 종 희귀종의 동물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철원군 'DMZ 평화의 길'을 방문한 취재진이 길을 따라 걷고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아울러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삼중 철책망과 함께 곳곳에 자리한 감시카메라 등도 눈에 띄었다.

화살머리고지 출입구 C통문에서 신분증 등을 맡기고 차량으로 1.5㎞ 이동하면 한국군의 GP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UN군과 한국군이 함께 근무하는 곳으로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촬영이 가능했다.

GP 안에는 지난해 진행했던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나온 6·25 전쟁 당시의 지뢰와 총탄 자국이 있는 철모, 주인을 잃은 장구류 등이 장식돼 있었다. 군 관계자는 "총알 수십 발이 박혀있는 수통만 봐도 당시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DMZ 평화의 길은 행안부 디엠지기와 한국관광고사 두루누비 사이트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박형배 행안부 지역균형발전과장은 "철원 구간은 DMZ 내부의 GP를 민간에 개방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역사적인 장소인 화살머리고지와 유해발굴 현장, 역곡천 등 자연환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