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쓴 숫자 1과 7 자세히 봤더니…'유럽 유학파 맞네'
1 꺾어 쓰고 7 중간에 획 추가하는 '서구식'
"방명록 필적은 김일성·김정일과 비슷…두뇌 회전 빠르고 성격 급해"
- 특별취재단, 김민성 기자, 윤다정 기자, 최동현 기자
(고양=뉴스1) 김민성 윤다정 최동현 기자 특별취재단 =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필체에서 '유럽식 숫자 표기'가 엿보여 눈길을 끈다. 필적을 자세히 분석했더니 '충동적이지만 현실감각도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설도 나온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평화의 집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비치된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4.27'이라는 글을 남겼다.
우선 김 위원장이 남긴 날짜 '2018. 4. 27' 중에서 숫자 '1'과 '7'에 눈길이 간다. 아라비아 숫자는 만국 공통기호지만 유독 1과 7의 표기에 있어 서구권과 비서구권이 차이를 보인다.
비서구권에서는 한 획을 그어 1을 표현하고, 7은 획이 꺾인 모습을 그리지만, 서구권에서는 획을 꺾어서 1을 표현하고 7은 1과 구별하기 위해 가운데에 한 획을 더 긋는다.
이러한 표기법은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대표적이다. 누리꾼들은 김 위원장의 숫자 표기법을 보면서 "유럽 여행을 갔을 때 호텔 방 예약을 잡으면서 안내원이 숫자 1과 7을 저렇게 썼다"며 "1과 7 표기법이 익숙지 않아 헛갈린 적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명록을 게시하면서 "서구권 유학파가 쓰는 7"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수년 간 유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의지난 2016년 2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서명이나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친필 명령서에도 이 같은 식으로 1과 7일 표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적은 방명록을 통해 '충동적이지만 현실 감각이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을 하지 않는'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필체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것과도 유사하지만 젊은 나이로 인해 완숙함은 떨어져 보인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등을 지낸 구본진 변호사는 김 위원장의 글씨에 대해 "경사 각도가 오른쪽으로 급하게 올라가는 등 김일성, 김정일의 필체와 유사하다"며 "유전적 영향도 있겠지만 일부러 따라 쓰는 연습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필체는 '명필체'로 받들어지며 김정일의 필체는 '백두산 서체'로 불린다. 북한 월간지 '조선예술' 2014년 7월호에 실린 '만경대 가문의 혁명사상과 명필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아버지의 필체를 따라 배우기 위해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 변호사는 "김일성의 서명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강함이나 유려함에서 많이 미치지 못하며 기가 매우 센 인물은 아니다"라며 "젊은 나이 때문인지 완숙하지 못하다"고도 봤다.
문장이 수평이 아닌 우상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점도 주목된다. 구 변호사는 "매우 드문 필체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화가 앤디 워홀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라며 "매우 도전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이 생각한 대로 목표를 향해 힘차게 질주하는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글씨를 매우 빠르게 써 내려간 데서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성격이 급한 특징이 나타난다고 봤다. 구 변호사는 "적극적·진취적이고 열정과 변화의 욕구, 목표 의식이 있으며 다른 사람을 돕길 좋아하고 솔직 담백한 것은 장점"이라며 "부드럽게 나오면 받아들이지만 강하게 나오면 받아들이지 않고 차분하지 못하며 자제력이 약한 것은 단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획의 굵기와 길이 등에서 변화가 심하지 않아 "심하게 충동적이거나, 행동이 안정되지 않거나, 현실 감각이 없거나 예측이 어려운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좁은 글자 간격과 행간 등을 통해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자의식이 강하며 자기표현과 자기 인식에 인색하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분석도 내놨다.
필체에 모난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모나지 않은 성격'을, 자음 'ㅎ'의 꼭지 부분이 두드러지는 데서는 '우두머리가 되려는 성향'을, 필선이 중간중간 끊기는 부분에서는 '직관적인 면'을 읽어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솔직하고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독선적·전략적이면서도 자신의 신체를 깎아내리는 말을 타인에게 스스럼없이 하는 등 의외의 여유로움도 갖고 있다는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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