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역사' 서울대 최초 음식점 '솔밭식당' 역사의 뒤안길로

건물 노후화로 30일까지 영업…학생들 "너무 아쉬워"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직원 정순석씨. 그는 2014년부터 솔밭식당을 운영해왔다.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박승희 기자 = 서울대 교수회관 주차장에 있는 작은 소나무 숲. 그 안에는 무심히 걸어가면 모르고 지나칠 법한 작고 허름한 식당 하나가 있다.

식당 앞에 놓인 나무팻말에는 세월을 반영하듯 '솔밭식당'이라는 글씨가 칠이 벗겨진채 적혀 있다. 48년 동안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온 이 식당은 오는 30일로 사라질 예정이다.

언뜻 보면 "영업을 할까" 싶을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식당이지만 그동안 서울대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치찌개를 내오는 주방장의 손은 왠지 모를 아쉬움이 잔뜩 배어났다.

"솔밭식당의 역사에 행여 누가 될까 신경을 많이 썼죠."

식당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직원 정순석씨(64)는 테이블을 닦으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씨는 원주인인 나정혜 할머니(83)를 이어 2014년 2월부터 식당을 운영해왔다.

나정혜 할머니는 1968년 이곳에 식당을 차렸다. 서울대 관악캠퍼스가 세워지기 7년 전이다. 소나무가 우거진 이곳은 당시 관악골프장으로 할머니는 골프를 치러온 손님들에게 밥을 내왔다.

골프장이 대학 캠퍼스로 바뀐 후에도 할머니는 식당을 계속했다. 서울대 '최초' 음식점인 셈이다. 메뉴는 쇠고기국밥, 콩나물국밥 등이 인기였다. 단돈 2000~3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밥을 사먹던 학생들이 저명인사가 되어 후배들을 이끌고 식당을 다시 찾았다.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70~80년대는 경찰에 쫓기는 학생들이 식당으로 숨어 들어오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주인이 바뀌자 메뉴도 변했다. 건강상 등의 이유로 나정혜 할머니가 그만둔 후 서울대는 직영으로 솔밭식당을 운영했다. 정순석씨는 "할머니가 계실 때는 선지국밥, 쇠고기국밥 등이 잘 나갔다고 한다"며 "내가 맡은 뒤에는 선지국밥은 위생문제로 없애고 순대국밥으로 바꿨는데 많이들 찾아주셨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손맛이 깊게 배여있었던 만큼 이를 따라잡기도 쉽지 않았다. 정씨는 "처음 일년 동안은 엄청 고생했다. 할머니가 나가시고 운영을 종료한지 알고 학생들이 '응? 여기 없어진 거 아니냐'라면서 들어올 때도 많았다"며 "1년 동안은 홍보만 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고생 끝에 겨우 역사를 유지했건만 노후된 건물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진 못했다. 정씨는 "건물 노후 문제가 크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장사를 할 수는 없으니까"라며 "나도 건강이 많이 안좋다. 열심히 해왔고, 이만하면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순간 옆에 있던 정씨의 아내가 "어깨가 너무 안좋다. 병원에서도 푹 쉬라고 했다"고 거들었다.

근 40여년을 서울대에서 일했다는 정씨 역시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는 '솔밭식당'과 함께 서울대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섭섭함을 감추진 않았다.

정씨는 "식당에 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니까 서울대 가족분들이 많아 찾아주셨다"며 "내 삶이 젊음부터 지금까지 여기 다 있는데 한편으로는 홀가분 하기도 하고, 식당을 이용해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영업종료를 눈앞에 둔 솔밭식당 한 가운데는 기름난로가 켜져 있어 훈훈한 온기를 잃지 않았다. 나무팻말에 나열된 메뉴판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플라스틱 테이블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손님을 기다렸다. 솔밭식당을 종종 이용했다는 장보람씨(생명과학부 09)는 "1학년 때 국수를 먹었는데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추억도 같이 사라지는 느낌이라 속상하다"고 말했다.

솔밭식당에 걸린 의견란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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