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다'가 일본어 잔재? 정말 애매합니다~
- 이후민 기자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한국 대학생이 많이 쓰는 일본어 잔재 단어로 '구라(거짓말)', '애매하다(모호하다)' 등이 뽑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11일 발표됐습니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연구팀과 대한민국 홍보 대학생 연합 동아리 '생존경쟁'팀이 서울·경기 지역 남녀 대학생 각 35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수인 405명(57.9%)이 '구라(거짓말)'를 선택했고, 이어 애매하다(모호하다·386명), 기스(상처·283명), 간지(멋·211명), 닭도리탕(닭볶음탕·192명)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특히 '애매하다'는 말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사용하는 말이고 국어사전에도 실려있기 때문에 정말로 일본어의 잔재로 볼 수 있는 말인지 궁금했습니다. 네티즌들도 '애매하다'의 정체가 궁금했는지, 주요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조사를 진행한 서경덕 교수 연구팀 측은 "대학생이 평소에 쓰는 말 중 일본어의 잔재를 조사하고 우리말 쓰기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애매하다'는 표현에 대해서는 기사를 통해 알게 됐고, 언론사 교열부에서 작성한 기사라 정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애매하다'는 말이 일본어에서 온 표현이라는 주장은 기사를 통해 앞서 여러 차례 보도된 바가 있습니다. 연구팀 측이 보내온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면 주된 지적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순수 우리말에서 '애매하다'는 엉뚱한 죄를 뒤집어썼을 때 쓰이는 표현으로 '억울하다', '애꿎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일본말에도 한자어로 애매(曖昧·あいまい)가 있는데 이 용어는 우리가 쓰는 한자어 '모호(模糊)'와 뜻이 비슷하다. 일본식 한자투에 익숙한 일부 식자층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두 용어를 무분별하게 결합하여 쓰던 것이 굳어져 오늘날까지 '애매모호'라는 표현이 굳어졌다. 그러므로 '불분명하다'는 뜻을 나타내고자 할 때는 '애매모호'보다 '모호하다'고 쓰는 것이 맞다.
본래 다른 뜻을 지녔던 우리말의 '애매하다'가 일본어의 영향으로 '모호하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애매'와 '모호'가 합쳐져 '애매모호하다'가 됐으므로 의미가 중복돼 어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국립국어원은 '애매하다'는 말이 일본어의 잔재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어로 볼 근거는 없다. 표준어가 맞다"고 답했습니다.
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우리 일상에서 일본어 잔재 단어가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오늘날 사회 곳곳에 퍼진 일본어 잔재들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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