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talk] ‘걸그룹댄스’에 미친 27살 대학생 “외운 안무만 300개”

유튜브선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사…악플 때문에 사흘간 앓아눕기도

‘오타쿠 talk’의 두 번째 주인공 염영석 씨(27·중앙대 심리학과). ⓒ News1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가? ⓒ News1

따스한 봄기운이 만연한 3월의 마지막 날, 서울 흑석동의 한 카페에서 ‘오타쿠 talk’의 두 번째 주인공을 만났다.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유튜브를 통해 약 300여 건의 아이돌 댄스 안무를 직접 추고, 편집해 올릴 정도로 열정적인 27살의 염영석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이미 유튜브와 댄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염군’이라는 닉네임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사다. 그가 지난 2012년 춘 걸그룹 티아라의 ‘Roly Poly’ 댄스 영상은 무려 12만 건이 넘는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직접 만난 염영석 씨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카페로 이동하는 도중 걸그룹 ‘러블리즈’의 신곡 ‘안녕’의 멜로디가 어디선가 흘러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랑살랑 움직이는 그의 몸짓을 보고 ‘오타쿠 talk의 두 번째 주인공을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Q 유튜브 스타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응해줘서 감사하다.

염영석(이하 염) : 사실 유튜브 스타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평범한 취미를 가진 심리학 전공 대학생일 뿐이다. 방금까지도 과제에 치이고 살다가 겨우 시간을 내서 나왔다. 그렇지만 춤을 추고, 영상을 올린 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현실에서 얻은 스트레스가 다 해소된다. 그런 내 취미를 사람들이 좋게 봐 주신 것뿐이다.

Q 걸그룹 댄스를 추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염 : 딱히 걸그룹을 겨냥해서 춘 건 아니다. 미국 유학 시절 한국이 그리울 때면 K팝을 가끔 듣곤 했는데 19살 때 장기자랑을 준비하려고 아이돌 댄스를 추게 되면서 춤의 맛을 알게 됐다. 그중에서도 걸그룹 댄스의 안무가 개성 있고, 재밌는 것들이 많아서 특히 관심을 갖게 됐다.

Q 유튜브에는 언제 올리게 됐나?

염 : 사실 처음에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다. 그때 올린 게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였는데 당시 실수로 동영상을 일촌공개한다는 것을 전체공개해서 그게 많은 사람들한테 퍼지게 됐다. 해당 동영상이 퍼지자마자 악플이 굉장히 많이 달려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아 한국인들이 많이 있는 사이트에서는 악플이 많이 달리는구나’였다. 그래서 한국인들보단 외국인들이 많이 보는 유튜브에 올리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됐다. 사실 처음에는 악플이 많이 달릴 줄 알고 확인을 안 했는데 선플도 많고 조회수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후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점점 저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Q 실제 방송 출연 기회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염 : 아이돌 오디션을 보지 않겠냐는 제의는 많이 받았다. 스타킹 출연 제의도 받았고. 하지만 당시에는 방위산업체 복무 중이어서 오디션을 볼 수 없었다. 그것 말고도 스타들이 나를 언급해준 적도 있다. 예전에 간미연 씨의 파파라치 춤을 췄는데 간미연 씨가 인터뷰에서 내 춤 영상을 언급하면서 내게 고마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나인뮤지스의 멤버들이나 매니저들 역시 트위터에 내 영상을 링크로 달아주기도 했고.

Q 유튜브를 보면 조회수가 몇십만 건이 넘는 것도 있고, 각종 커뮤니티에도 영상이 돌아다닌다. 인기를 실감하는가?

염 : 2년 전 쯤 명동에서 친구 생일선물을 사려고 한 화장품 매장에 들렀는데 계산대 직원이 계속 나를 쳐다보더라. 그러더니 나한테 와서 혹시 유튜브에 춤 올리는 사람 아니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맞다 하니까 주변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였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외에도 나를 만난 적 없는 내 친구의 친구들이 동영상을 본 뒤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연락이 끊겼던 고등학교 선배나 동기들도 유튜브의 영상을 통해 연락이 닿아 다시 만나게 된 경우도 많았고.

Q 악플도 많이 달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악플에 대한 본인만의 대처법이 있나?

염 : 처음 동영상을 업데이트했을 때 달린 첫 댓글이 ‘더럽다’였다. 그 댓글을 보고 3일 동안 잠도 못 자면서 끙끙 앓았다. 예전에 연예인들에게 생각없이 악플 달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후회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열심히 해서 그런지 악플이 한 개라면 선플은 열 개가 달린다. 악플이 싫긴 해도 선플 보면서 힘을 얻는다. 그리고 악플도 나를 향한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무플보단 악플이 낫지 않은가?(하하)

<오타쿠에게 물었다 : 한국 아이돌과 한국 가요계>

Q 한국에서 발매되는 거의 모든 걸그룹의 안무를 추다 보면 한국 아이돌, 더 나아가 한국 가요계 전반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남다를 것 같다.

염 : 사실 예전에는 아이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는 셀린 디온이나 머라이어 캐리 같은 실력파 가수들을 많이 좋아했다. 하지만 한국이 그리울 때 유학생들과 함께 천상지희의 ‘한번 더 OK’나 원더걸스의 ‘Tell Me’ 등을 추면서 한국 아이돌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됐다. 한국 아이돌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중독성이다. 외국 팝은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를 함께 생각하면서 ‘좋다’ 하고 느끼는데, 한국 아이돌 음악은 한번 들으면 계속 머릿속에 생각나는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그게 한국 아이돌 음악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Q 유학생활을 오래 했는데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K팝은 어떠한가?

염 : 우선 9년간 유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외국인들이 K팝을 매력 있게 본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중독적이고 독특한 멜로디를 신기해하더라. 그렇지만 아시아와는 달리 북미쪽에까지 한류가 미쳤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냥 몇몇 소수의, 한국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존재할 뿐이다.

Q 그렇다면 K팝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 보는가?

염 : K팝이 해외에서, 특히 가요계를 선도한다는 북미에서 먹히려면 지금 미국에서 유행하는 장르와는 별개의 장르로 구분지어서 접근하는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게 K팝만의 매력이니까. 사실 보아 같은 경우도 한국 고유의 K팝 스타일로 접근해 미국에 진출했으면 좋았을 텐데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로 접근했다가 고배를 마신 것 같다. 보아만의, K팝만의 독특한 매력을 살려서 미국에 진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내가 보아의 엄청난 팬이라서 더 아쉽다.

Q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K팝에 대한 애착이나 관심이 남다른 것 같은데 최근 불어닥친 소위 ‘토토가’ 열풍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염 : 1990년대는 한 가요가 5주 넘게 1위 하기도 하고 국민가요가 탄생하기도 했다. 반면 요즘은 음반시장보다는 음원시장이 활성화돼 인기곡이 자주 바뀌어 국민가요라고 불릴 만한 노래가 존재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크게 히트쳤던 노래를 그리워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 같다. 90년대와 비교해서 지금의 한국 가요계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90년대에는 전 세대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국민가요가 존재했을 뿐이다. 질적으로 90년대와 현재의 가요계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어차피 가요계의 트렌드는 돌고 도는 거라 생각한다.

Q 가요계의 트렌드가 돌고 돈다고 말했는데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염 : 요즘 가장 핫한 걸그룹하면 에이핑크와 걸스데이를 필두로 AOA에다 여자친구와 러블리즈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선전하고 있는 레드벨벳까지. 이들을 보통 3세대 아이돌이라 부르곤 하는데 이들을 보면서 S.E.S.나 핑클 같은 1세대 아이돌로 회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위 소녀시대, 원더걸스, 투애니원들 필두로 한 2세대 걸그룹들이 강한 개성과 차별되는 콘셉트를 앞세웠다면 이들은 1세대 아이돌의 청순하면서도 여성스러운, 그러면서도 친근함을 차용해 많이 어필하고 있다. 에이핑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S.E.S.의 향수를 느끼듯이. 여기서 가요계의 트렌드가 돌고 도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아직 소녀시대나 투애니원 등 2세대 아이돌도 건재한데 이들과 색깔이 확연히 다른 3세대 아이돌의 선전은 오히려 한국 가요계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평범한 대학생과 다를 바 없던 염영석 씨는 걸그룹 댄스를 추는 순간 180도 돌변했다. ⓒ News1

Q 대화를 할수록 대학생이 아니라 연예계에서 종사하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혹시 취미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생각이 없는가?

염 : 사실 22살 때 처음 오디션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하고 싶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몇 번 기회를 놓치면서 정말 아쉬웠다. 그렇지만 지금은 학생의 신분에서 할 일이 많아서 오디션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현실적으로 변한 거다. 하지만 기회가 다시 온다면 도전은 해보고 싶다. 애프터스쿨의 박가희도 나보다 많은 나이에 데뷔하지 않았는가. 농담이고, 그냥 지금의 내 생활에 만족한다. 하지만 나중에 30살 혹은 40살 돼서 여유가 생기면 댄스학원 하나 차려서 댄스강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

Q 현재 심리학 전공 대학생이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러한 취미가 도움이 되나?

염 : 일단 건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서 좋다. 대학원을 가서도 당연히 계속할 생각이다. 아니 평생. 원체 예민한 성격이라 걸그룹 댄스를 추지 않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Q 부모님도 이런 독특한 취미 생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들었는데 반응이 어떤가?

염 : 어머니랑 아버지가 크게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친척이 어머니께 내 영상을 보여줬는데 어머니가 그걸 보고는 ‘집을 배경으로 출거면 진작에 집 데커레이션을 했을 텐데’ 하며 많이 아쉬워하셨다. 어머니가 인테리어와 관련해 일을 하시는데 앞으로 춤을 출 때는 집의 다양한 인테리어와 배경을 어필할 수 있도록 하라고 충고도 해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좋게 보지 않으신다. 어느 날 제 영상을 보시곤 저에게 이제 4학년이고 졸업도 준비해야 하는데 연예인할 거도 아니면서 뭐하는 거냐고 하셨다. 그래서 아버지께 이건 제 취미일 뿐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그만 추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조만간 아버지 유튜브 계정을 찾아서 차단할 생각이다.(하하)

Q 들어보니 취미가 당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당신에게 걸그룹 댄스란?

염 : 걸그룹 댄스는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지만 걸그룹 댄스를 통해서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니까. 지금은 춤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만큼 내게 있어서 이 취미는 삶의 이유 그 자체다. 지금도 과제를 하러 도서관을 가야 하지만 과제를 마치고는 집에 가서 미쓰에이의 ‘다른남자 말고 너’ 안무를 연습하러 갈 거다. 그래서 과제하러 도서관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내일 자정에 유튜브에 업데이트할 거니까 기대 많이 해 달라.(하하)

<오타쿠talk 추천>

1. 티아라의 'Roly Poly'

2. 소녀시대의 'The Boys'

3. 여자친구의 '유리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