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보트'로 한강 횡단 대학생들 "과자회사, 소비자 중심 사고 갖길"

과자봉지 150개로 만든 배 타고 30분만에 한강 건너
"해외 수입과자 매출 증대…국내 업체, 소비자 만족 못시켜"

제과업계의 과자 과대포장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잠실한강공원 선착장에서 과자 150개를 이어 붙여 만든 '과자 뗏목'을 타고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2014.9.2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와! 진짜 뜨네"

28일 오후 4시35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 대학생 유성호(26·공주대 전기과 4학년)씨 등 3명이 국내 과자를 이용해 직접 만든 '과자봉지 보트'에 올라타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유씨와 동승한 장성택(25·경희대 경영학과 4학년)씨가 준비한 노를 저어 조금씩 앞으로 나가자 한강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화이팅", "꼭 (도하)성공하세요" 등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유씨와 장씨는 초반 노를 젓는 과정에서 미숙함을 보이며 몇 차례 '침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후 호흡을 맞춰 30분이 지난 오후 5시4분쯤 반대편 잠실대교 북단에 도착했다.

유씨는 횡단 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집회나 시위도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과자업체와 소비자, 우리들까지 모두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이었다"며 "성공해서 기쁘고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행사의 목적과 취지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한강을 횡단하는 도중 과자가 단 한 개도 터지지 않았다"며 "(질소가 많이 들어가 있어)에어쿠션처럼 승차감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공모전 등 대외활동을 하며 알게 된 유씨와 장씨, 박현수(26·단국대 토목학과 석사과정)씨 등이 이번 퍼포먼스를 준비하기 시작한 건 2주일 전이다.

이들은 '질소를 사면 과자가 서비스'라는 우스갯 소리가 돌 정도로 국내 과자업체들이 과자를 만들며 질소를 많이 넣는 실태를 바꿔보고자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지난 20일 충남 천안천 옆 분수대에서 과자봉지 60개를 붙여 만든 뗏목을 이용해 '시험 운항'을 마친 이들은 앞서 이날 과자봉지 180개를 이용해 한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예정대로 28일 오후 2시50분쯤 잠실한강공원 잠실선착장 근처에서 취재진 앞에 선 이들은 "국내 과자업체들이 법에 따라 필요한 양의 질소를 넣는다는 건 알지만 해외 과자 매출이 느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이 소비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며 "국내 과자업체가 소비자 중심적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취지를 밝혔다.

제과업계의 과자 과대포장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이 28일 오후 서울 잠실한강공원 선착장에서 과자 150개를 이어 붙여 '과자 뗏목'을 만들고 있다. 2014.9.2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유씨 등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본격적인 '조선(造船)'에 들어갔다.

파란 과자봉지 4개를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일렬로 붙인, 비교적 뾰족한 선수(船首)를 시작으로 조금씩 이어붙인 과자봉지 개수를 늘려 사비를 들여 산 과자봉지 150개, 총 11열로 이뤄진 알록달록한 선체를 완성했다.

이들은 이후 테이프로 각열의 테두리를 이어 붙여 과자봉지가 분리되지 못하게 했고 그 위를 비닐로 감싸 과자봉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았다.

'조선 작업' 중간중간 유씨 등이 기획한 퍼포먼스와 퍼포먼스가 끝난 뒤 행사에 사용했던 과자를 보육원 등에 기부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나온 시민들이 이들에게 과자를 건네며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이들에게 수입과자 등을 건넨 대학생 복정훈(24)씨는 "(횡단을)성공하든 실패하든 젊음이 우러나오는 행사 의의에 박수를 보낸다"며 "행사에 사용한 과자를 기부한다는 발상도 좋고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적으로 뼈있는 성토를 한다는 취지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4시쯤 제법 '과자봉지 보트'가 배 모양을 갖춰가자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남자친구와 함께 제작과정을 지켜보던 대학생 정예희(19)양은 "진짜 빵빵하긴 하다"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고 남자친구 정현호(19)군도 "동영상을 봤는데 오늘도 '비양심적인 질소'때문에 100% 뜨긴 뜰 것 같은데 물살 때문에 횡단할 수 있을지는 걱정"이라고 맞장구쳤다.

배를 만드는 과정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던 최성우(11)군은 "(거의 다 만들어진 배가)멋있다.(물에)뜰 것 같다"며 "TV를 보면서 과자를 먹을 때 2분 정도만에 집어 먹으면 끝나는데 과자를 안부서지게 하려는 건 알겠는데 질소보다 과자가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 등의 배 제작과 횡단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대부분 이들의 취지에 박수를 보냈다.

가족과 함께 한강공원에 왔다 우연히 퍼포먼스를 보게 됐다던 유선중(44·교수)씨는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신기해서 와봤다가 스마트폰을 검색해서 취지를 알게 됐다"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간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번 퍼포먼스를 보고 생각해볼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씨와 장씨가 노을 저어 한강을 건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전상호(30)씨는 "솔직히 약간 부실해 보여서 횡단까지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질소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과자보트 한강횡단´을 기획한 대학생들. 왼쪽부터 박현수(26)씨, 유성호(26)씨, 이들에게 도움을 준 이윤지(23)씨, 장성택(25)씨. ⓒ News1

배를 만들며 "돼돼돼", "할 수 있어" 등 구호를 외치며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등 시종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유성호씨는 횡단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초반 몇 차례 '위기'가 있었다는 취재진 지적에 "당황스러워서 그랬을뿐 절대 위기는 아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이번 횡단 성공으로 당초 내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열 계획이었던 '과자봉지 배' 경주대회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유씨는 과자업계에는 취업이 어려울 것 같다는 물음에는 "우리는 국산 과자업계가 선전하길 바란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행사 진행 전에 미리 밝혔듯이 우리는 소비자의 의견을 과자회사에 잘 전달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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