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개입한 스마트폰 파손액정 거래 "관리 사각지대"

사설 매입업체 우후죽순…삼성서비스센터 주변서 매입전쟁
현금거래로 음성 탈세시장 확산 우려, 매입가 '천차만별'
전문가들 "양지로 끌어내야…정부 실태점검 필요"

파손된 스마트폰 액정을 사들이는 온라인 업체 광고글. © News1

(서울=뉴스1) 권혜정 구교운 최동순 기자 = 우리나라는 이미 스마트폰 사용대수 3700만 시대를 맞았다. 매년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는데 대당 100만원을 넘나드는 스마트폰이 망가지면 억장이 무너진다.

가장 파손되기 쉬운 곳이 핵심 부품중 하나인 액정이다.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급증하면서 액정 파손으로 수리점을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파손액정의 회수 방침을 바꿔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시작한 이후 파손 액정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적 문제는 물론, 탈법적·불법적 양상마저 만연하고 있다.

즉 삼성전자 측이 액정 수리 후 남겨지는 파손 액정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게 되자 이를 노린 사설 매입업체들이 액정을 수리하고 나오는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그 자리에서 현금을 주고 파손 액정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파손 액정의 불법유통을 막기 위해 회수 방침을 유지해 왔으나 파손 액정도 개인 재산임을 감안해 지난해 12월 액정 수리후 남겨지는 파손 액정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기로 방침을 바꿨다.

뉴스1은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AS)를 전담하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주변에서 액정 수리를 마치고 나오는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파손액정을 사들이는 거래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 거래의 불공정성 및 불법성·탈법성을 점검하는 기획 취재를 벌였다.

◇ 서울에만 파손액정 매입업체 50군데, 매입가는 '천차만별'

서울 곳곳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앞에 상주하는 파손 스마트폰 액정 매입업자 등으로부터 파악한 실태를 보면 파손 액정을 매입하는 오프라인 업체는 서울에 약 50여개가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시민들로부터 파손 액정을 사들인 뒤 이를 중국 등에 수출하는 수출업체에 다시 또 팔아넘기는데 서울에는 이 같은 수출업체가 약 6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 업체와 수출업체는 외부 강화유리는 깨졌으나 내부 액정은 손상이 없는 파손 액정을 선호한다. 내부 액정 손상 정도에 따라 매입 가격에 차이가 있다.

수출업체는 특수약품으로 겉 강화유리와 액정을 분리해 이를 수리한 뒤 중국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둘째 주 기준 매입 업체들이 파손된 스마트폰 액정을 사들이는 가격은 보통 삼성 갤럭시S3의 경우 2만~3만원, 갤럭시S4의 경우 6만~7만원 정도다.

업체들은 보통 하루에 파손 스마트폰 액정을 10~15개를 사들이고 있는데 대당 2만~3만원 사이의 마진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손 액정 매입 가격에 대해선 제대로 된 기준도 없고 시장도 주먹구구식이기 때문에 매입 가격은 업체에 따라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의 한 삼성서비스센터 앞에서 스마트폰 파손액정 매입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A(32)씨는 "매입 업자들이 처음에는 10만원을 주겠다고 말하지만 실제 거래가 시작되면 '파손 정도가 심해 가격을 낮춰야겠다'고 말하면서 가격을 후려친다"고 실토했다.

삼성 스마트폰 파손액정을 판매한 경험이 있는 유모(23)씨는 "업자들이 파손액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전용 단말기를 스마트폰에 접속시켜 테스트를 한다"며 "그 뒤 최고 매입 가격에서 점차 가격을 깎기 시작하더니 결국 처음 6만원을 제시했던 매입 가격은 3만원으로 떨어졌다"고 실제 상황을 설명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유씨는 "내가 볼 때는 액정이 완벽한 상태였으나 생각보다 너무 저렴한 가격에 팔아버린 것 같아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업자들은 주로 삼성전자에서 만든 스마트폰의 액정만을 사들이고 있다. 아이폰은 액정과 외부 강화유리가 일체형이라 파손 액정을 구하기 어렵고 LG전자 등 다른 업체 제품은 중국 등 수요처에서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다.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앞에 파손된 스마트폰 액정을 사기 위한 업자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News1

◇ 폭력조직도 개입했나…업체들, "'형님' 들이 관리한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주변에서 만난 중고 파손액정 매입업자들은 조직폭력배를 일컫는 이른바 '어깨' '형님'들이 이 사업에 진작부터 뛰어들었다고 귀띔하고 있다.

스마트폰 파손액정 매입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다 보니 서울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이 개입해 업체들을 규합한 뒤 영업구역을 나눠 매입시장을 장악하고 수익의 상당부분을 뜯어가는 '갈취형 거래'가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매입업자 B씨는 "'형님'들이 이 업계에 이미 개입해 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큰돈이 벌리지는 않는다"며 "형님 등이 매입업자간의 구역이 겹치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지역 별로 형님들이 지시하는 1개의 팀이 관리를 하며 그 관리의 대가로 판매 대금의 반을 지급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형님들이 먼저 터를 다져놓고 이곳에 업자들이 들어가고 있는 형태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강남의 또 다른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인근에서 스마트폰 액정 매입업을 하고 있는 C(25)씨 역시 "최근에는 '형님'들이 직접 매입 일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요즘에는 '형님'들을 피해 현장에서 일하기가 힘들기에 대부분이 온라인 판매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울 지역 대부분의 파손 스마트폰 액정 매입 업자들은 이같은 '형님 조직'들이 스마트폰 파손액정 매입 사업에 뛰어들은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이처럼 조직과 연계된 파손액정 매입업자들이 서울 대부분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앞에 상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측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직원 D씨는 "우리도 업자들을 내쫓고 싶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다"며 "매입 업자들과 삼성전자 측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비스센터 직원 E씨 역시 "최근 삼성전자 법무팀에 자문을 구했으나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같다"고 답했다.

파손된 스마트폰 액정. © News1

◇ "대부분 현금거래로 탈세 우려"…'관리의 사각지대'

이처럼 매입 업자들의 난립도 문제지만 대부분의 파손액정 매입 거래가 현금으로 이뤄지다보니 정상적인 소득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탈세시장을 만들어내고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의 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인근에서 파손 액정 매입업을 하고 있는 F씨는 "나는 '00텔' 소속으로 중고휴대폰을 판매하는 통신사업자"라며 "액정 판매는 통신사업자의 정상적인 업무가 아니기에 파손 스마트폰 액정 매입은 음성 아르바이트식으로 개인과 개인간의 직거래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업체들은 정상적으로 관세를 내고 수출하지만 우리처럼 1대 1 현금으로 액정을 매입하는 경우 대부분이 소득세 등을 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파손액정 매입 시장에서는 현재 탈법적 거래와 탈세행위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한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권리팀장은 "파손액정 매입 거래는 누군 제 가격 받고 누군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이면서 소득이 불투명해 탈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음지에 있는 판매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과거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 뒤 수리비가 비싸 사설 수리업체들이 생겨났다"며 "천차만별이던 수리비에 대해 정부가 공지를 하라고 지시했고 이로 인해 수리비 가격 편차가 상당히 적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음지에서 거래되는 파손 액정 매입시장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수사기관과 세무당국 등 정부에서 실태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