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쓰레기통, 갯수보다 디자인이 문제다

입구 좁고 앞면에 설치돼 쓰레기 투입 힘들어
공공디자인은 심미성보다 편리성 우선돼야

쓰레기통 위 줄지어 있는 일회용 컵들을 보자 그 옆에 컵을 슬쩍 올려 놓는다. '어차피 쓰레기통 주변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에서다.

무더운 오후, 점심시간이 끝난 거리에는 일회용 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여름이 되면서 아이스 음료의 수요가 늘어나자 벤치 위, 버스정류장 바닥 등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로 서울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서울 시내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는 11일 공공 쓰레기통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내에서 쓰레기통을 찾기 힘들었던 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점이 있다. 일회용 컵 등이 쓰레기통 안이 아니라 위에 올려져 있는 현상이 그렇다.

실제로 시내 곳곳의 쓰레기통 위에는 일회용 컵 등이 올려져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쓰레기통이 눈에 보이는 데도 쓰레기를 통 안에 넣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서울시는 2008년 '디자인 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공공 시설물에 대한 표준화 사업을 진행했다. 버스 승차대, 맨홀뚜껑 등 구 마다 제각각이던 공공 시설물의 디자인을 통일하면서 쓰레기통의 디자인도 표준화됐다.

쓰레기통에 주변 도심 환경과 어울리는 무채색 색상을 적용했고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하면서 쓰레기 투입구나 홈 부분에 오물이 끼지 않도록 했다.

서울시내에 배치된 공공쓰레기통. © News1

하지만 정작 쓰레기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는 고려하지 못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쓰레기통 입구가 한 뼘도 안 되는 크기인데다 쓰레기통 입구가 위가 아닌 앞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학생 이나영씨(24·여)는 "쓰레기통 입구가 너무 작고 구멍이 우체통처럼 돼있어 오물이 묻어있는 쓰레기통에 손을 집어넣기 꺼려진다"며 "어쩔 수 없이 쓰레기통 위에 일회용 컵을 올려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수씨(30)는 "남들이 쓰레기를 다 올려놓고 가서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된다"며 "쓰레기통 찾기도 힘든데 바쁜 와중에 좁은 쓰레기통 구멍에 쓰레기를 넣기가 쉽지 않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표준형 디자인 쓰레기통은 본래 입구가 크게 뚫린 형태였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생활쓰레기를 공공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자 각 구청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구를 작게 변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쓰레기통 입구의 위치가 불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쓰레기통에 손이 닿길 꺼려해서 쓰레기를 던져 버리는 사례가 많다"며 "입구 부분이 개선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를 인정했다.

전문가들도 역시 쓰레기통 디자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송주철 송주철공공디자인연구소 소장은 "무엇보다 공공디자인은 편리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서울 시내 쓰레기통 입구는 실제로 느끼기에도 좁다"는 의견을 냈다.

송 소장은 "공공쓰레기통은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하고 거리에 위치한 특성상 분리수거도 잘 안 되기 때문에 입구를 크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쓰레기통 입구가 위가 아닌 앞을 향하는 것은 빗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때문일 것"이라며 "하지만 시민이 불편을 느낀다면 빗물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쓰레기통에 대한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종합해 쓰레기통 디자인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j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