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전자파·소음 다시 검증…동서울변환소 8주간 '전원합의' 추진
한전, 협의 간 공사 중단…주 2회·총 16차례 집중 논의
미해결 사안 남긴 채 종료 안 한다…별도 협의 없이 단일 창구로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주민 반대로 표류해 온 경기 하남 동서울 변전·변환소 증설 문제를 풀기 위한 2달간의 협의가 20일 시작됐다. 정부와 한국전력, 주민들은 입지 선정 경위부터 소음·저주파·전자파 등 환경영향까지 주요 쟁점을 다시 검증하고 대안을 찾기로 했다.
20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 증설에 반대하는 주민단체 및 인근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 등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에서 동서울변환소 증설 문제를 논의할 협의체를 발족했다.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각자의 입장과 견해를 빨리 밝혀 국책사업에도 이상이 없도록 하고 주민들의 오해도 불식시키겠다"며 협의체를 통한 조속한 해결을 당부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의 필요성과 주민 수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전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고압 송전망이나 변전소·변환소가 자기 집 앞에 생기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적인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절차상 위법이나 하자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도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에는 시간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입장이 의사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전기를 책임지는 부처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서울 변전·변환소 협의체가 마련한 운영 방안에 따르면 협의체는 이달 말부터 10월 말까지 약 8주간 주 2회씩 총 16차례 안팎의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는 생업을 고려해 오후 7~9시 하남시에서 열고, 논의 진행 상황에 따라 횟수와 일정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협의 기간에는 한전이 공사를 중단한다. 대신 주민 등 참여자들은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의 상호 약속을 정했다.
협의체는 첫 주부터 결론을 정하지 않고 참여자들이 '반드시 다루고자 하는 문제'를 모두 제시해 전체 쟁점을 정리한다. 2주 차에는 쟁점별 우선순위와 필요한 자료, 검증 방법을 정한다.
3~5주 차에는 본격적인 사실 확인에 들어간다. 변전·변환소 입지를 선정한 경위와 소음·저주파·전자파 등 환경영향, 시설 규모와 향후 확장 계획 등을 검증한다. 정부와 한전은 협의체가 요구하는 기술검토와 입지 기준 등 의사결정 자료를 공개하고, 필요하면 현장 확인과 제3자 검증도 진행한다.
6~7주 차에는 쟁점별 해결책과 대안을 검토하고 마지막 8주 차에는 최종 합의안을 마련한다. 합의문에는 이행 약속을 담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최종 결정은 표결이나 다수결이 아닌 참여자 전원의 합의를 원칙으로 한다. 별도 협의를 통한 '이면 합의'를 막기 위해 하나의 협의체에서만 논의하고, 해결하지 못한 갈등 사안을 남겨둔 채 협의를 종료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정했다.
회의 진행은 한전이나 주민 등 이해관계자가 아닌 독립적인 중립 퍼실리테이터가 맡는다. 참여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 진행자를 선정하고, 중립성을 지키지 못할 경우 해임하고 다른 진행자를 선임할 수 있다.
논의 과정도 기록·공개한다. 모든 발언은 참석자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기록하고 회의록과 요약본을 48시간 이내 참여자 전원에게 공유한다. 회의 참관도 허용하며 참여자가 20명을 넘을 경우 토론 그룹과 참관 그룹을 구분해 운영한다.
주민 측에서도 사업의 국가적 필요성 자체와 별개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승구 더샵포웰시티 입주자대표회의 감사는 "전력계통이 국가적인 일인 만큼 신속히 정상화돼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대 주민 측인 박호남 감일포엠포레 주민대표는 "사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며 이전하면 좋고 취소되면 더 좋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국가사업이라 결국 들어올 수밖에 없다면 주민들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달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동서울변환소 증설은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약 280㎞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의 수도권 종단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를 국가기간전력망 설비로 지정했지만 감일신도시 주민들이 전자파와 소음, 입지 선정 과정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인허가가 지연돼 왔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등 수도권 신규 전력수요 대응과도 연관된 핵심 전력망 사업이다.
협의체는 기존처럼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각자가 추정하고 불신이 커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보 공유와 사실 확인'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각 대표자는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속 주민과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 필요하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총회도 열 수 있다.
한전은 협의체 사무국으로 연락과 일정 안내, 회의록 작성, 자료 공유 등 행정 지원만 맡고 논의 내용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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