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뒤 폭염 '복합재난' 강도 3배…극단적 위험일 4.8배 늘었다

상위 1% 위험일 연 1.1→5.2일…충북·강원·제주는 강도 2배↑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에 근접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에어컨을 키고 출입문을 연 매장들을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열화상 카메라는 높은 온도는 붉은색으로, 낮은 온도는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2026.8.7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집중호우가 지나간 직후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는 등 서로 다른 극한기후가 연속해서 나타나는 '복합재난'이 국내에서 뚜렷하게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국내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복합재난 강도가 과거 30년에 비해 약 3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재난은 폭우와 폭염, 가뭄과 산불처럼 서로 다른 극한기후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짧은 시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 반복되는 집중호우 직후 폭염도 이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1991~2020년과 최근 4년인 2021~2024년의 6~9월 자료를 대상으로 '복합강도지수'(CI28)를 비교했다.

CI28은 28일 동안 나타난 극한 강수량과 최고기온을 하나의 값으로 결합한 지표다. 한 달가량의 기간에 폭우와 폭염이 얼마나 강하게 중첩됐는지를 나타낸다.

분석 결과 1991~2020년 복합재난 강도의 중앙값은 0.55였지만 2021~2024년에는 1.65로 높아졌다. 약 3배로 증가한 것이다.

중앙값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은 일부 극단적인 사례 때문에 평균값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최근 복합재난의 전반적인 강도 자체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극심한 복합재난이 나타나는 날도 크게 늘었다. 연구팀은 과거 30년의 CI28 가운데 상위 10%(P90), 5%(P95), 1%(P99)에 해당하는 값을 각각 기준으로 삼아 이를 넘어선 날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비교했다.

상위 10% 이상인 날은 과거 연평균 12.2일에서 최근 25.0일로 약 2배 증가했다. 상위 5% 기준은 5.5일에서 14.2일로 2.6배 늘었다.

가장 극단적인 상위 1% 수준의 복합재난은 증가 폭이 더 컸다. 과거에는 연평균 1.1일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5.2일로 늘어 4.8배가 됐다. 과거 1년에 하루 정도 나타났던 수준의 극단적인 폭우·폭염 복합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난 셈이다.

지역별로도 전국 모든 시도에서 복합재난 강도가 증가했다. 특히 충북과 강원, 제주는 과거 30년에 비해 최근 4년의 복합재난 강도가 2배 이상 높아졌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몬순 기후권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 직후 폭염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남아시아·몬순 저기압 등이 만든 정체전선이 집중호우를 일으킨 뒤, 정체전선이 약화하고 북서태평양고기압이 다시 강화·북상하면서 하강기류와 강한 일사가 나타나 폭염으로 바뀌는 구조다. 연구팀은 같은 대기순환 체계가 약 2주 안에 호우를 만드는 구조에서 폭염을 만드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폭우와 폭염을 각각 독립적인 재난으로만 봐서는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우와 폭염 사이의 급격한 전환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어 단일 재난이 아니라 연속·동시 발생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에도 집중호우 직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수해 이재민과 복구 작업자들이 피해 복구가 끝나기 전에 다시 폭염에 노출됐다. 기상청도 당시 폭염과 열대야가 일찍 시작된 뒤 집중호우가 나타나고 다시 극심한 무더위가 이어지는 등 위험기상이 짧은 기간에 연속적으로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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