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시작 한 달 빨라지고 열대야 20일 늘었다…'더 길어진 무더위'
최근 10년 폭염 18.3일·열대야 12.2일…1970년대比 2.2배·3배
강릉 열대야 40일…남해안·제주 폭염 끝나도 열대야 지속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최근 10년간 전국의 폭염일수는 1970년대보다 2.2배, 열대야 일수는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지난 53년간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염 시작 시점은 최대 한 달 앞당겨지고 열대야 종료 시점은 최대 20일 늦어지면서 길어진 폭염과 밤더위가 일상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53년간 전국의 연간 폭염일수는 10년마다 1.8일, 열대야 일수는 1.6일씩 증가했다.
최근 10년인 2016~2025년 연평균 폭염일수는 18.3일로 과거 10년인 1973~1982년의 8.3일보다 약 2.2배 많았다. 같은 기간 열대야 일수는 4.1일에서 12.2일로 3배 늘었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 열대야 일수는 오후 6시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집계했다.
특히 열대야의 기록적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상위 10개 연도 가운데 최근 10년의 해는 네 차례 포함됐지만, 열대야 일수 상위 10개 연도에는 일곱 차례 들어갔다.
2024년 전국 열대야 일수는 24.5일로 종전 최다였던 1994년 16.8일보다 약 1.5배 많았다. 지난해도 16.4일로 역대 네 번째였다. 폭염일수는 2018년이 31.0일로 가장 많았고 2024년 30.1일, 지난해 29.7일 순이었다.
여름철 평균기온도 1973~2025년 10년마다 0.28도씩 상승했다.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5.7도로 2024년 25.6도를 넘어 역대 가장 높았다.
월별로는 8월 폭염일수가 10년마다 0.98일씩 늘어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 6월 폭염도 10년당 0.19일씩 증가해 한여름 전부터 무더위가 시작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열대야 일수는 7월과 8월에 각각 10년당 0.54일, 0.94일씩 늘었다. 6월과 9월은 사례가 적어 통계적으로 뚜렷한 추세를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2024년과 지난해 9월 열대야 일수는 역대 1·2위를 기록했다.
폭염 시작일은 과거 10년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30일가량 빨라졌다. 강릉과 대구·합천·밀양·영덕·포항 등은 과거 6월 중·하순부터 폭염이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6월 상순까지 앞당겨졌다.
서울·이천·춘천·청주 등 중부 내륙과 광주·구미·의성·울진에서는 과거 7월 상·중순이던 폭염 시작 시점이 최근 6월로 이동해 거의 한 달 빨라졌다.
과거에는 강릉과 일부 경상권을 제외하면 대체로 7월부터 폭염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6월 상·중순 동쪽 지역에서 시작해 하순이면 해안을 제외한 서쪽 지역 대부분으로 확대됐다.
폭염 종료일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8월 중순께에서 중·하순으로 10일 안팎 늦어졌다. 과거 폭염이 드물었던 여수·남해·통영·거제·부산에서도 최근 폭염이 발생한 해가 많아졌다.
열대야 시작일은 과거 7월 중·하순에서 최근 7월 상·중순으로 5~15일 빨라졌다. 종료일은 8월 상·하순에서 8월 중순~9월 상순으로 10~20일 늦어졌다.
강릉은 평균 열대야 시작일이 7월 17일에서 6월 21일로 26일 앞당겨지고, 종료일은 8월 12일에서 28일로 16일 늦어졌다. 열대야 발생 기간이 40일가량 확대된 셈이다.
남해안과 제주에서는 과거 8월 하순이면 열대야가 끝났지만, 최근에는 9월 상순까지 이어졌다. 이들 지역에서는 낮 폭염이 끝난 뒤에도 밤더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강릉에서 6월18일 첫 열대야가 나타난 데 이어 광주와 대전은 6월19일, 부산은 7월1일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21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가장 이른 기록이 나왔다. 서귀포에서는 10월13일까지 열대야가 나타나 1961년 관측 이래 가장 늦었다. 올해도 강릉에서 지난 5월30일 전국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기온 상승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최근 10년에는 6월부터 북태평양고기압이 과거보다 북서쪽으로 더 확장해 우리나라 남쪽에 자리 잡는 경향이 나타났다.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강한 햇볕이 더해지면서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르는 시점이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8월 하순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에 머무는 기간이 늘었다. 따뜻해진 바다는 해안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와 수증기량을 높이고 밤사이 복사냉각을 약화해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열대야가 늦게까지 이어지는 데 영향을 줬다.
기상청은 폭염이 장마철에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응 준비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른 기온 상승과 야간 회복 시간 감소가 온열질환 위험과 냉방 전력 수요, 농축수산업 피해를 키울 수 있어 달라진 발생 시기에 맞게 폭염 대응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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