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겹 이불' 갇혀 펄펄 끓는 한반도…장맛비 쏟아져도 안 식는다
전날 포항·경산 첫 폭염중대경보…남북서 뜨거운 공기 '이중 열돔'
15일까지 최대 100㎜ 장맛비에 폭염 주춤…비 그치면 또 무더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장맛비가 끝나자마자 한반도가 '이중 고기압'에 갇혔다. 상층의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과 하층의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두 겹의 이불처럼 한반도를 위아래에서 덮으며 열을 가둔 데다, 남쪽에서 덥고 습한 공기까지 계속 유입되면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경상권에서는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했고 수도권도 38도 가까운 더위를 기록했으며 밤에도 28도 안팎의 열대야가 나타났다. 기상청은 경산과 포항에 폭염특보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했다. 14~15일 전국에 비가 내리며 더위가 잠시 주춤할 수 있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높은 습도와 강한 햇볕이 더해져 폭염이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커 당분간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10~12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낮 기온은 토요일이던 11일 경산(하양)에서 기록된 39.9도였다. 같은 날 대구의 수은주는 최고 38.4도, 경산은 37.9도, 대구 북구는 37.5도, 경주시는 37.4도까지 올랐다.
일요일 12일에는 수도권과 강원 동해안을 중심으로 기온이 크게 뛰었다. 하남의 낮 기온이 37.8도까지 올라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양주 37.6도, 삼척 37.5도, 양주 37.3도, 여주 37.2도 등으로 뒤이었다. 여주와 이천(마장), 아산도 37.0도까지 올랐다. 서울에선 한강 관측지점은 36.8도까지 올라가 체온보다 기온이 높았다.
최고 체감온도는 11일 경산에서 37.7도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12일에는 하남(춘궁) 37.4도, 여주(금사) 37.3도, 양주(백석읍) 37.2도, 양주(은현면)와 여주(가남) 37.0도 등이었다. 서울(한강)의 최고 체감온도도 36.5도에 달했다.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에 습도의 영향을 더해 사람이 느끼는 더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습도가 약 55%일 때를 기준으로 습도가 10% 높아지면 체감온도는 약 1도 오른다. 기온이 39.9도였던 경산(하양)의 체감온도가 37.7도로 낮았던 것처럼 습도와 바람에 따라 실제 기온보다 낮게 나타날 수도 있다.
경산(하양)의 39.9도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이다. 전국 공식 최고기온 순위를 산출할 때 사용하는 종관기상관측장비(ASOS) 관측값과는 관측 환경과 통계 기준이 달라 역대 공식 기록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지역에서 느낄 수 있는 폭염의 강도를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밤에도 더위가 가라앉지 않았다. 12일 오후 6시부터 13일 오전 6시까지 제주 밤 최저기온은 28.3도, 울릉도는 28.1도, 정읍은 27.8도를 기록했다. 서울과 인천은 각각 27.6도, 강릉과 포항은 27.4도, 청주는 27.2도, 대구는 27.1도였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열대야가 이어진 셈이다.
기상청은 12일 오전 10시 경산과 포항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표해 오전 11시부터 발효했다. 폭염특보제가 도입된 2008년 이후 18년 만에 신설된 최상위 단계가 실제 발표된 첫 사례다.
폭염중대경보는 최근 2일 이상 최고체감온도 35도 이상을 기록한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 38도 이상이나 낮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하루 이상 나타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한다.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넘어 건강한 사람에게도 온열질환과 사망 등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단계다.
이번 폭염은 상층과 하층의 고기압이 한반도를 위아래로 겹쳐 덮으면서 강해졌다. 약 10~12㎞ 상공에는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자리 잡았고 지상에서 약 5㎞ 상공까지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했다.
두 고기압 아래에서 공기가 지상으로 내려오면 압축되면서 온도가 오른다. 구름 발생도 줄어 낮 동안 강한 햇볕이 그대로 지면을 달군다. 하층에서는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가 계속 들어와 체감온도를 끌어올렸다. 두꺼운 고기압이 열을 가두고 남풍이 열과 수증기를 추가로 공급한 구조다.
경북 남부에서는 지형 효과까지 겹쳤다. 남풍이 남쪽과 서쪽의 산지를 넘어 경산과 경주, 영천, 포항 쪽으로 내려오면서 공기가 압축돼 더 따뜻해졌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도 낮 동안 쌓인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어렵게 했다. 고기압과 강한 햇볕, 고온다습한 남풍, 산악 지형이 동시에 작용했다.
기상청은 12~13일을 이번 폭염의 절정으로 분석했다. 13일 낮 최고기온은 30~37도로 예상됐다. 14일은 아침 23~27도, 낮 28~36도, 15일은 아침 23~27도, 낮 27~36도의 분포를 보이겠다.
14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는 33도 안팎까지 오르겠다. 중부지방과 전북·경북권은 35도 안팎이 예상된다. 15일에는 비와 구름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안팎으로 낮아지겠지만 일부 경상권은 33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오후부터 저녁 사이에는 중부지방과 전북에 5~40㎜의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14일 새벽 제주를 시작으로 오전에는 수도권과 충남, 오후에는 나머지 중부지방과 전라권으로 비가 확대된다. 밤부터는 전국에 비가 내린 뒤 15일 오후 대부분 그치겠다.
14~15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청권 30~80㎜다.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내륙·산지에는 100㎜ 이상 내리는 곳도 있겠다. 전북은 20~60㎜,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은 5~40㎜, 제주는 20~60㎜가 예상된다. 제주 산지는 80㎜ 이상 내릴 수 있다.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사이 수도권과 강원내륙·산지, 충남 북부와 충북 북부에는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장맛비가 멎은 뒤 극심한 폭염이 나타났다가 다시 강한 비가 쏟아지는 급격한 날씨 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구름이 햇볕을 가려 기온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햇볕이 다시 내리쬐면서 체감온도가 빠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강수가 늦게 시작되고 예상 강수량도 상대적으로 적은 경상권에서는 폭염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비가 내린다고 해서 폭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폭염과 강한 비가 짧은 기간 안에 번갈아 나타날 수 있다"며 "비가 그친 뒤 높은 습도와 강한 햇볕이 더해지면 폭염특보가 다시 확대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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