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정전 24시간 내 '임시 전력' 공급 추진…긴급복구 체계 마련

세종 아파트 장기 정전 계기…지상변압기·응급자재 활용
정부 "노후설비 교체 지원 아냐"…준공 25년↑ 대단지 특별점검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앞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전기선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5.12.11 ⓒ 뉴스1 최창호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아파트 단지 안에서 전기설비 고장으로 정전이 발생해도 원칙적으로 24시간 안에 임시 전력을 공급하는 체계가 추진된다. 정부는 완전 복구가 아니라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임시 공급 체계라고 설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일 공동주택 정전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세종시 조치원읍 한 아파트에서 수전실 화재로 장기 정전이 발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류필무 기후부 계통운영혁신과장은 19일 사전브리핑에서 "24시간의 의미는 완전 복구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24시간 안에 임시 전력이 공급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대책은 예방책보다는 초기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내부 전기설비는 그동안 사유시설로 분류돼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장시간 정전이 발생하면 승강기와 냉난방, 통신, 전기차 충전 등 일상 기능이 함께 멈출 수 있어 초기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기후부는 다만 노후 설비를 정부 예산으로 교체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류 과장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스스로 노후화된 설비를 안전기준에 맞춰 관리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정전이 발생했을 때 초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임시 전력을 제때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시 전력 공급 비용 부담 방식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류 과장은 "초기 대응과 관련한 부분은 정부가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비용 문제는 합리적인 기준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아파트 환경에 맞게 지상변압기와 케이블을 활용한 임시 복구 체계를 마련한다. 기존 임시 전주 방식은 현장 상황에 따라 설치 시간이 길어지고, 굴착공사와 복구 비용이 발생해 주민들이 꺼리는 경우가 있었다.

류 과장은 지상변압기와 케이블을 활용한 지중 방식에 대해 "굴착 없이 장비를 현장 지상에 바로 설치할 수 있어 대응 시간이 짧아지고 비용 측면에서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상영 한전 배전운영처장은 "지상변압기는 단일 기기로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 기존 방식보다 3~4배 정도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주와 전선, 변압기 등 응급 복구 자재의 보유 기준도 마련한다. 한전이 보유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복구 설비 재고를 확보해 정전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긴급 복구 지원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도 진행된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준공 25년 이상,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대상으로 오는 6월까지 수전실 내 변압기와 저압 배전반 등 주요 설비 운영 상태를 점검한다.

다만 정전 원인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후 설비 교체 지원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류 과장은 "정전 원인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노후 설비 교체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 아파트가 자체적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3년간 임시공급 지원 사례가 약 30건 있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비상발전차를 동원한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기관 간 협업 체계도 구축된다. 한전과 전기안전공사, 전기공사 관련 단체, 중앙·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원팀' 체계를 통해 응급 설비 설치와 고장 원인 분석, 복구 업체 연계 등을 신속히 진행한다.

기후부와 한전, 전기안전공사는 기관별 역할과 복구 절차를 담은 통합 표준운영절차서(SOP)도 마련한다. 실제 정전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도 실시해 현장 작동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공용 아파트 정전 상황에서도 24시간 이내 임시 복구 시스템을 구축해 국민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