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 속 신호로 감염병·마약류 감시"…감시체계 법제화 필요

부처에 흩어진 국가 감시체계 작동 한계 지적
하수기반 감시체계 구축 특별법 제정 요구

효천하수처리장(광주광역시 제공)DB ⓒ 뉴스1 이수민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국내 하수처리시설을 단순한 환경시설이 아니라 감염병과 마약류 오남용, 항생제 내성 등을 조기에 포착하는 공중보건 인프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수 기반 감시(WES) 체계 법제화 방안' 보고서를 내놨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하수가 오폐수 처리 대상을 넘어 지역사회의 위험 신호를 먼저 읽는 정보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짚었다. 하수 기반 감시, 이른바 WES는 확진자 발생 뒤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수 속 정보를 바탕으로 감염병 유행이나 마약류 사용 징후 등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기법이다.

세계보건기구도 하수·환경 감시를 국가 공중보건 체계의 필수 요소로 통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하수처리 지침을 고쳐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에서 주요 감염병 병원체와 항생제 내성 지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미국도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중심으로 국가 하수 감시체계를 운영하며 코로나19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RSV, 원숭이두창 등으로 감시 대상을 넓히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도와 법률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국가 감시체계로 작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보고서 판단이다. 질병관리청은 전국 약 114개 하수처리시설을 대상으로 한국형 하수 기반 감시체계(KOWAS)를 운영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수 마약류 조사 법제화도 추진했지만, 하수도법과 감염병예방법, 마약류관리법, 보건환경연구원법 사이 연계는 미흡하다고 봤다.

특히 감염병예방법은 임상 감시 중심이라 하수 같은 환경매체 감시를 독립적으로 다루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수 데이터는 임상 진단보다 1~2주 먼저 이상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조기경보 수단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참고 자료 수준에 머물러 정책 활용도가 낮다는 것이다.

김경민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개선 방향으로 △하수도법 개정을 통한 공중보건 기능 명확화 △감염병예방법에 하수 등 환경매체 감시 근거 신설 △마약류관리법상 하수 역학 조사와 다른 법체계의 연계 △보건환경연구원의 상시 수행기관 지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하수 기반 감시체계 구축에 관한 법률' 같은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하수처리시설을 공중보건 인프라로 전환하는 일은 단순한 시설 기능 확대가 아니라 국가 조기경보 체계를 다시 짜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위법 개정과 함께 재채취 기준, 확인 검사 절차, 지자체 통보 방식, 대국민 위험소통, 연안 방류수 점검 등 세부 표준운영절차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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