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혐오시설 아닌 '공공 공간'으로…日 가고시마의 해법 [황덕현의 기후 한 편]

기타큐슈·교토·가와사키에도 환경관…혐오시설을 교육관으로
기후부, 수도권 쓰레기 소각시설 속도 낸다지만…내실 갖춰야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가고시마 환경미래관 모습(알파벳 구글맵 제공) ⓒ 뉴스1

(가고시마=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일본 규슈 가고시마 고쓰키 강(江) 옆에는 사시사철 '초록초록'한 건물이 있다. 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한 잔디밭에서 언덕이 솟아난 듯, 건물은 1층부터 3층까지 언덕으로 연결돼 있다. 옥상에는 40㎾ 규모 태양광 패널이 올라가 있다.

지하에는 지열을 활용하는 '어스 피트'(Earth Pit) 구조를 적용해 냉난방 에너지를 줄였다. 빗물은 저장 탱크에 모아 조경과 청소용수로 재사용한다. 가고시마의 환경미래관은 건물을 통해 기후대응·환경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학습 시설은 일본에서 낯선 사례가 아니다.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의 기타큐슈 환경 박물관은 과거 공해 도시였던 지역이 환경 회복 과정을 전시하며 기후·자원순환 교육 거점으로 운영 중이다. 가와사키의 오젠지 에코 구라시 환경관은 소각장과 연계해 폐기물 처리 과정을 공개한다. 교토의 미야코 생태 센터는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도시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2002년 문을 열어 온난화 대응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지자체에 이런 시설이 많은 배경에는 소각 중심 폐기물 정책이 있다. 매립지가 부족한 일본은 전국 각지에 소각장을 설치했다. 주민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소각장 옆에 수영장과 체육시설, 환경 학습관을 결합한 복합시설을 조성했다. 환경관은 교육 공간이자 갈등 완충 장치였다. 2003년 환경교육 관련 법제가 마련되면서 지자체의 환경교육 책무가 명문화된 점도 확산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지금 비슷한 듯 다른 갈등을 겪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면서, 공공 소각시설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일부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충청권 민간 소각시설로 이동하면서 지역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2028년까지 생활 쓰레기 3만톤을 충남 천안 민간 소각장으로 보내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천구 역시 충남 공주·서산 등지로 생활폐기물을 위탁 처리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는 한 업체가 서울 강남구와 연 2300톤 규모 위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이 흔들리며 충청권이 '수도권 쓰레기 처리지' 역할을 떠안는 구조다.

주무 부처도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수도권에 27개 공공소각시설 확충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현재 속도로는 장기간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설치 기간을 최대 3년 6개월 단축하면 2030년까지 상당 부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커지고 있는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입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통상 12년 이상 걸리던 절차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 전처리시설 확대와 재활용률 제고로 소각 총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8% 이상 감축하는 목표도 제시했다. 강원 고성군 공공 전처리시설 시범운영 결과 재활용 가능 자원 회수율이 35% 이상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가고시마 환경미래관은 소각 중심 정책의 부산물이면서도, 주민 갈등을 흡수하고 시민을 설득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시설은 단순한 처리 설비를 넘어 폐기물 정책의 방향과 책임 구조를 설명하는 공공 공간이 됐다. 소각장 확충 논의를 넘어, 쓰레기를 어디서 줄이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같은 갈등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2025.10.13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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