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원전 여론조사 '정당성 논란'…환경·시민단체 잇단 비판
"'재생E 불안정한 전원' 규정한 여론조사"…배경설명 편향 지적도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환경·시민단체들이 정부의 신규 원전 여론조사 방식에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고문으로 활동해온 단체에서도 정책 추진 방식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서, 신규 원전 논의를 둘러싼 정부의 공론화 정당성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2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에너지전환포럼과 환경운동연합,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환경 단체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개한 신규 원전 여론조사에 대해 "결론을 정해놓고 정당화를 시도한 형식적 절차"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여론조사 문항 구성과 정보 제공 방식이 특정 정책 방향을 전제한 채 설계됐다며, 조사 결과를 신규 원전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공론화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에너지전환포럼은 김 장관이 고문으로 활동해온 단체다. 정부 원전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과 연관된 단체에서조차 조사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책 추진 절차를 둘러싼 내부적 문제 제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에너지전환포럼 상임대표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을 맡았는데, 탄소중립 정책 설계의 주요 인사가 이끄는 단체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다.
탈핵시민행동은 여론조사에 앞서 제시된 '배경 설명'부터 문제 삼았다. 조사 안내문이 재생에너지를 날씨에 따라 불안정한 전원으로 규정하고, AI·반도체·전기차 확산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정책 전제를 먼저 제시했다는 것이다. 유에스더 탈핵시민행동 집행위원 "사실의 중립적 설명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는 불완전하고 대안은 원자력이라는 결론을 응답자에게 미리 주입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질문 구성 역시 선택지를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신규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 기존 원전의 단계적 축소, 전력수요 관리·감축과 같은 대안은 선택지에서 배제된 채 '무엇을 더 확대할 것인가'라는 질문만 제시됐다는 주장이다.
원자력의 필요성과 안전성을 묻는 문항도 도마에 올랐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문제, 중대 사고 발생 가능성과 피해 규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장기 관리, 사고 시 주민 대피와 보상 체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식 조사만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단체들은 과학적 검증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정책 판단을 '필요하다/필요하지 않다', '안전하다/위험하다'는 선호 조사로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를 기정사실처럼 전제하면서도, 그 수요 전망이 어떤 가정과 시나리오에 기반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전력수요 관리 가능성, 산업용 전력 구조,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 송전망 확충 외 대안에 대한 정보는 응답자에게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여론조사는 시점과 질문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도구인 만큼, 이를 사회적 합의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후부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계획과 관련해 한국갤럽 조사는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이 69.6%로 집계됐다. '중단돼야 한다'는 응답은 22.5%로 추진 찬성 응답의 절반에 못 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추진 61.9%, 중단 30.8%로 나타나 조사기관별 차이는 있었지만 두 조사 모두 추진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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