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빨대, 답 아니었다"…기후장관, 과학 근거로 '빨대 미제공' 전환
원료~폐기 전 과정 분석…16개 항목 중 10개서 플라스틱 영향 '최저'
재활용 선별도 어려워…전환보다 '감축' 입장선회 근거로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정부가 음료 매장에서 일회용 빨대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한 배경에는 '재질 변경만으로는 환경 보호 효과가 미미하다'는 과학적 분석 결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등 다른 재질로 대체하는 기존 방식이 오히려 환경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다양한 원료로 제조되는 빨대에 대한 LCA 평가 결과를 확인했다. 플라스틱(PP)과 종이, 생분해(혼합), 식물원료 기반 폴리에틸렌(Bio-PE) 등이 비교 대상이었다.
평가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물 사용, 독성, 미세먼지 형성 등 16개 항목으로, 유럽연합(EU)이 개발한 전과정환경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 최신 기법(EF3.1)을 활용했다.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210㎜ 빨대 1000개'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플라스틱 빨대의 총 무게는 0.72㎏, 종이 빨대는 1.54㎏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종이 빨대가 더 많은 원료를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재질 간 환경적 우열은 폐기 조건과 평가 방식에 따라 달라졌다. 현실적인 폐기 여건(소각 73.6%, 매립 26.4%)을 적용한 시나리오에서 플라스틱 빨대는 16개 영향범주 중 10개에서 가장 낮은 환경영향을 기록했다. 같은 조건에서 Bio-PE 빨대는 10개 범주에서 가장 높은 환경영향을 보여 가장 높은 환경 영향을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 중인 '소각 비중 100%'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도 플라스틱 빨대가 총 16개 항목 중 8개 항목에서 가장 낮은 환경영향을 보였다.
다만 소각 비율을 볼 때 '소각 100%' 조건에선 종이 빨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낮았다. '소각 73.6% 조건'에서는 플라스틱 빨대의 온실가스 배출 영향이 더 낮았던 것과 대비된다.
서로 다른 단위를 갖는 16개 영향범주를 정규화하고 가중치를 적용해 하나의 지표(Eco-Index)로 환산한 종합 평가에서 두 시나리오 모두 플라스틱 빨대가 가장 낮은 환경영향을 기록했고, 이어 생분해, 종이, Bio-PE 순이었다. 재질을 바꾸는 방식만으로는 전반적인 환경 부담을 유의미하게 낮추기 어렵다는 과학적 결론인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앞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김 장관은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게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자 종이 빨대 공장이 돌아갔지만, 종이 빨대는 물을 먹기 때문에 특수 코팅이 필요하고, 오히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종이나 플라스틱을 가리지 않고 매장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빨대를 제공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 시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취지다.
보고서는 또 국내 카페와 선별장 조사 결과, 빨대는 분리배출되더라도 크기가 작아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대부분 소각·매립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한국전과정평가학회는 설문·직접 조사를 통해 플라스틱 빨대의 62.1%가 재활용봉투로 배출됐지만, 선별 과정에서 실제 재활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실태를 기후부에 전한 걸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치를 토대로 정부는 '어떤 재질을 쓸 것인가'보다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환경 개선 효과가 크다고 판단, 일회용품 사용량 원천 감량에 초점을 맞춘 탈(脫) 플라스틱 로드맵을 공개했다. 빨대를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요청 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도 전 과정 평가를 핵심 근거로 삼았다.
한편 종이 빨대 안전성 조사는 한국소비자원에서 진행 중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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