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정부 에너지믹스 공론화 규탄…"핵발전 확대 정당화 위한 요식행위"

기후장관 "이념적 논쟁 아냐…과학적 논의를 위한 장" 설명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5일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 원전 현장을 점검하고 원전 안전 운영을 위한 철저한 대비를 당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5/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에너지 정책을 비판해 온 시민사회가 30일 정부의 전력 정책 논의 방식을 문제 삼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같은 날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믹스 공론화'가 이미 방향이 정해진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와 기후위기비상행동, 탈핵시민행동 등은 30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엉터리 기후에너지 정책 공론화 규탄, 시민사회 국회 기자회견'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대국민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가짜 공론화'로 규정하고, 책임 있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제1차 정책토론회를 여는 데 맞춰 진행된다. 기후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 발생원 구성비,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문제, 원전의 경직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두 두 차례 정책토론회와 대국민 여론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1차 토론회에서는 2050년 에너지 수요 전망과 석탄 발전 전환 방향, 해외 주요국의 에너지믹스 정책과 한국의 정책 방향을 다룬다. 탄소중립과 안정적 전력 수급을 위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의 역할과 정책 방향도 주요 논의 대상으로 포함됐다. 2차 토론회에서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문제와 원전 경직성 완화 방안, 원전 안전성과 수용성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결과를 전문가위원회 검토를 거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공론화의 전제와 설계 자체가 왜곡됐다고 본다. 이들은 정부가 '에너지믹스 대국민 토론회'를 사회적 합의 절차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미 정해진 기후에너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핵발전 확대와 석탄·가스 중심의 에너지 정책 결정에 따른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원전 정책을 둘러싼 비판은 찬반 양쪽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쪽은 불과 10개월 전 더불어민주당까지 동의해 확정된 계획을 다시 공론화하는 것은 정책 안정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는 대형 원전 3기 건설이 담겼으나, 최종안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을 반영해 신규 원전 2기로 조정됐다.

반대로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진영은 이번 공론화가 신규 원전 건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고 보고 있다. 탈핵시민행동은 최근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추진 여부를 다시 공론화하는 것은 핵발전 증설을 합리화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앞서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과학적 논의를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토대로 보다 합리적이고, 더 많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믹스를 국민과 함께 설계하겠다는 입장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