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장관票 히트펌프 로드맵…100만원씩 지원해 350만대 보급

초기엔 도시가스 미보급주택 지원…가스·기름보일러 보조는 축소
삼성·LG 등에 실증 지원…히트펌프산업協 만들어 표준·인증 구축

LG전자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LG전자 제공) 2024.8.8/뉴스1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맡은 김성환 장관이 구청장·국회의원 시절부터 추진해 온 히트펌프 활용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윤곽이 나왔다. 내년 583억원을 투입해 가구당 초기설치비 100만원가량을 지원하는 등 2035년까지 350만대의 고효율 설비를 도입해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단독주택·공공시설 히트펌프 설치 지원…국비로 초기 설치비 부담 경감

기후부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날(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은 권병철 기후부 열산업혁신과장이 대책 배경과 세부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히트펌프는 연료를 태우는 대신 공기 등에 있는 열을 끌어와 난방과 온수를 만드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가스나 기름 보일러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지만 초기 비용이 높은 점이 보급의 장벽으로 꼽힌다.

기후부는 내년부터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히트펌프 설치를 지원하고, 가구당 약 100만원 수준의 초기 설치비를 국비로 보조할 방침이다. 우선 보급 대상은 태양광이 이미 설치된 주택으로, 제주와 전남·경남 등 남부 지역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보급 대상 선정 방식과 신청 절차는 향후 사업 공고를 통해 안내한다.

이어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과 요양보호소 같은 사회복지시설, 화훼·채소 시설재배 농가에도 히트펌프 보급을 넓히고, 목욕탕·수영장·숙박업 등 난방과 급탕 사용량이 많은 업종에는 설치비 보조와 장기 저리 융자를 병행한다. 학교와 청사 등 공공시설에는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건물자립형 히트펌프 모델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보급 전략은 난방과 온수, 산업용으로 쓰이는 열에너지가 가계와 사업장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기후부는 기존 가스보일러 중심의 난방 구조를 전기 기반 고효율 설비로 전환하지 않으면 건물 부문의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히트펌프 보급의 성패가 설치비보다 전기요금 부담 완화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다.

권병철 기후부 열산업혁신과장은 "내년 보급사업은 정부가 처음으로 국고를 투입해 히트펌프를 지원하는 시범 단계"라며 "성능과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과 주택 유형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기존 저녹스 보일러 보급사업을 폐지하고 난방 전기화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부는 전기요금 부담이 히트펌프 보급의 가장 큰 장벽이라고 보고 요금체계도 개편할 방침이다. 권 과장은 "태양광 설치 여부와 지역 여건에 따라 누진제, 일반용, 계시별 요금제 중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전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늦어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히트펌프에 맞춘 전기요금 체계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동서울변환소 관련 하남시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3/뉴스1

초기 설치비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히트펌프 본체 가격이 550만~700만원 수준이고, 급탕조와 설치비까지 포함하면 콘덴싱 보일러보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권 과장은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국고 보조는 불가피하다"며 "자부담 회수 기간은 3~4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인정·전기요금 개편…화석연료 중심 난방 단계적 축소

기후부는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진행 중이다. 권 과장은 "공기열은 보급 잠재력이 가장 큰 열원이지만, 지금까지는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해 제도권 지원에서 배제돼 왔다"며 "재생에너지로 포함되면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의무 이행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등에서 활용이 가능해진다"며 민간 부문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게 넓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화석연료 중심 난방 정책도 단계적으로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가스·기름 보일러에 대한 보조사업을 축소하고, 히트펌프 보급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옮긴다. 전력피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력수요관리형 히트펌프를 비전기식 냉방설비 범주에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산업 측면에서는 히트펌프를 기후기술 기반 신산업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국내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약 20개 기업이 히트펌프를 제조·수입하고 있으며, 설치와 유지관리까지 포함한 연관 산업 비중도 크다. 기후부는 대용량·초고온 히트펌프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고, 히트펌프산업협회 신설을 통해 통계와 표준, 인증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공동주택 보급은 한계도 분명하다. 기축 공동주택은 설치 공간과 구조 하중 문제로 적용이 쉽지 않다. 권 과장은 "설계 기준 개정을 통해 신축 공동주택부터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공동주택 전면 보급은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