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이어 '또 빈손'…플라스틱 협약 난항에 각계 '비판'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가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 내 건물 10층 높이의 크레인에 가로 30m, 세로 24m 크기의 초대형 눈 형상 깃발을 설치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플라스틱 협약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WeAreWatching)는 메시지다. 2024.11.25/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 15일(현지시간)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가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환경단체들은 산유국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를 고집한 절차가 협상을 막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민혜 한국 WWF(세계자연기금) 사무총장은 "소수 반대국이 합의 절차를 악용해 협상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소비와 생산이 많은 나라다. 이제는 협상장에서 한층 분명히 생산 감축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플라스틱 전환 목표를 말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실질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기업 권력과 산유국 이해가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발표만 할 게 아니라 국제 협약에서도 같은 수준의 야심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최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나라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업계의 이익에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목소리를 높일 기회가 있었지만 소극적으로 보였다. 국제사회 신뢰를 위해 더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적한 INC5.2는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INC5.1이 결론을 내지 못한 뒤 후속으로 열린 회의다. 185개국 대표단과 국제기구, 산업계, 시민단체 등 약 3700명이 참석했지만, 생산 감축과 화학물질 규제, 재정 메커니즘을 두고 대립만 확인했다. 합의제 원칙을 고집한 일부 산유국과 석유화학 생산국 때문에 최종 문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회의 막바지 의장이 내놓은 초안에는 생산 감축과 유해 화학물질 규제가 빠졌다. 콜롬비아와 파나마, 영국 등은 "레드라인이 무너졌다"고 반발했다. 시민사회는 회의장 밖에서 "미래를 지켜 달라"고 외쳤다.

한국 정부 대표단은 소규모 논의와 정책 보고서를 통해 타협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정기용 기후변화대사는 교량 역할을 강조했지만, 시민사회는 이를 미흡하게 평가했다. 환경단체들은 한국이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고, 생산 감축을 지지해 국제사회에서 모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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