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압 두겹 이불'에 덮인 한반도…'뉴노멀'된 폭염, 길고 세진다

[역대급 폭염 비상]온난화가 데운 해수면, 고기압 확장·기온 '쑥'
여름 끝까지 기온 평년 상회…"습윤 폭염, 10년마다 2일 증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이 51도를 나타내고 있다. 열화상카메라 화상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으로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곳은 푸른색으로 나타난다. (열화상 카메라 촬영) 2024.6.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7월 상순(1~10일) 폭염은 이례적이었다. 평년 같으면 장맛비를 걱정할 시기에 비구름을 밀어낼 만큼 고기압 확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번 여름 내내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최악 폭염'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겹 이불'이 뒤덮은 것 같은 폭염은 7월 초부터 한반도를 달궜다.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 기준 낮 최고 기온이 40.2도(광명)까지 올라갔고, 서울 낮 기온은 1907년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한 이래 118년 만에 상순 최고치를 경신했다.

역대급 7월 초 폭염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동시에 확장해, 마치 두 겹의 공기 이불을 덮은 것처럼 상층부터 지상까지 한반도를 눌러 생긴 결과다. 평년보다 5도 넘게 오른 해수면 온도가 고기압을 키웠고, 상층 고기압 정체까지 겹쳐 열이 빠져나갈 틈을 막았다.

폭염연구센터장인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는 "올해 북태평양 고수온이 지속되면서 아열대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하고 있다"며 "중위도 상층 고기압도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해 두 고기압이 겹치면서 열이 빠져나갈 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고수온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고기압이 약화하지 않고 폭염과 열대야가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수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수온이 중위도 대기 정체를 강화하는 배경이 됐다"며 "특히 필리핀 동쪽 열대 요란이 북태평양으로 뜨거운 공기를 끌어 올리면서 한반도 상공까지 열기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염은 올해 여름철(6~8월) 내내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특히 평년이면 장마철 막바지일 7월 중하순(11~30일)에도 장맛비 대신 햇볕과 온난다습한 공기가 한국을 덮치며 후텁지근한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기후 전망에 따르면 7월 3주 차(14~20일) 주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0%에 달한다. 3개월 전망에서도 8월까지 기온이 '평년 이상' 가능성이 50%를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가능성이 커 고온·건조가 함께 심화할 전망이다.

폭염 시즌 자체가 길어지고 있다는 통계도 속속 제시된다. 첫 폭염일은 1990년대보다 6일 빨라졌고, 마지막 폭염일은 2일 늦어졌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종합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이어질 경우 2100년 한국의 연평균 폭염일수가 최대 70.7일, 열대야는 최대 21배까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무더위의 질도 바뀌고 있다. IBS(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팀이 기후모델을 분석한 결과 "21세기 말에는 후텁지근한 '습윤 폭염'이 10년에 2일씩 늘어 열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최근 폭염은 폭우·강풍과 동시에 터지는 복합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여름에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장마가 일찍 끝났다는 건 여름이 앞당겨졌다는 뜻이다. 초복도 오지 않은 시점에 이미 기록이 깨졌으니 올해 더위는 세기도 강하고 기간도 길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