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에너지路, 어떻게…RE100 대표 "호남 우선연결 합리적" [기후전환 최전선, 지금 영국은]

[인터뷰] "해상풍력 624GW 잠재력…0.2% 활용 확대해야"
韓 RE100 기업, 재생에너지 조달 10%대…中·베트남에도 뒤쳐져

편집자주 ...영국은 기후정책의 선도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시적으로 90%를 넘기는 등 전력망 운영부터 산업정책, 외교 전략까지 기후대응이 정책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전력망 개편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포함해 사회 각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의 일상화가 진행 중이다. 영국의 기후 전환을 현지에서 살펴본다.

재생에너지 100%를 지향하는 'RE100' 총괄 클라이밋그룹의 수장 올리버 윌슨 대표가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본부에서 뉴스1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런던=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이를 위한 실천적 규범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 캠페인을 이끄는 글로벌 기구는 한국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전력망 보강'을 꼽았다.

RE100을 총괄하는 클라이밋그룹의 올리버 윌슨 대표는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에너지 고속도로로 불리는 전력망 투자 공약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공간계획(spatial planning)을 기반으로 산업단지와 수요지, 재생에너지 자원이 효과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해상풍력 잠재력이 큰 호남권 등부터 개통을 우선 연결하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에너지 총괄도 함께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공유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SK하이닉스(00066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기준 한국 내 RE100 회원사들의 재생에너지 조달률은 평균 12%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평균 53%는 물론, 중국(59%), 일본(36%), 베트남(58%)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윌슨 대표는 최근 영국 본토 전력망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94%에 달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RE100 달성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도 기술과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단기간 내 유사한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해상풍력 분야에서 624GW의 발전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활용되는 용량은 124MW로 0.2%에 불과하다"며 "이 격차를 좁히려면 송전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내 RE100 회원사들의 연간 전력 사용량은 약 68TWh로, 이는 한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10%를 웃돈다. 윌슨 대표는 "수요는 충분하다. 정부가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면 단기간 내 시장 확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에너지 총괄이 27일(현지시간) 클라이밋 그룹 영국 런던 본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클라이밋그룹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전달한 공개서한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전력망 인프라 투자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 등 핵심 정책을 제안했다. 특히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33%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윌슨 대표는 "2035년 NDC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기후 리더십을 갖추는 데 중요한 계기"라며 "한국 기업들도 기후 대응과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PPA 제도 개선과 관련해 샘 키민스 총괄은 "한국의 제도는 아직 복잡하고, 기업에 불리한 구조가 많다"고 지적했다. 클라이밋그룹은 계약 조건의 유연화, 비용 구조의 투명화,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이 동반돼야 PPA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장기계약 가격을 안정화하는 '차액정산계약'(CfD)의 국내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 해상풍력 확대와 관련해 북한과의 긴장 관계 및 중국과의 서해 갈등, 일부 환경운동계 내부의 반대 의견 등 정치·사회적 복잡성에 관해 물었으나, 클라이밋그룹은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윌슨 대표는 다만 "해상풍력 확대는 사회적 합의를 포함한 종합적 공간계획하에 추진돼야 한다"고 답했다.

클라이밋그룹은 오는 8월 한국을 방문해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관련 부처와 기업들과 제도 개선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11월 브라질 베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한국 정부와의 협력 내용을 공개 논의하고, 국가별 이행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클라이밋그룹은 COP30에서 한국을 '기회와 과제가 공존하는 사례'로 소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선 재생에너지 목표 설정을 브랜드화한 RE100 캠페인이 기업의 ESG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활용되는 반면, 캠페인을 운영하는 클라이밋그룹이 평가자이자 자문자로서 이중적 위치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넥스트의 '해상 풍력발전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