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마 맞은 새 정부, 말라위 소년보다 실행력 있기를 [황덕현의 기후 한 편]

14살 풍차 소년, 무학·농부에서 마을에 24시간 전기·수도 이끌어
장마철 강수 편차 커 안전대응 쉽지 않아…李정부 방책에 관심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장마철이 시작됐다. 다만 초반 강수량 편차가 너무 커서 지역마다 체감하는 게 다르다. 모든 지역에 적당히 비가 오면 좋으련만, 유달리 일부 권역에만 무섭게 때리는 극한호우가 더 잦아진다.

어느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은 다른 지역엔 비가 더욱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불균형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국소적 극단 강수 또는 극심한 건조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아프리카 말라위도 그렇다. 말라위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 릴롱궤의 강수량은 월평균 1㎜대에 그치는 등 사막에 가까운 상태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기후예측센터(CPC)도 해당 지역을 '강수 이상현상·비정상적 건조 권역'으로 분류했다.

그럼에도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아 나선 인물이 있다. 발명가이자 작가인 윌리엄 캄쾀바다.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2019년에 제작된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은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은 추이텔 에지오포 감독이 연출했다.

기후위기로 유일한 자산이었던 농작물도 사라지고, 학교에도 못 다니게 된 14살 캄쾀바는 도서관에서 과학책을 독학한다. 폐품을 모아 전기를 생산하고,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마을에 물을 되돌렸다. 고철 더미 위에 세운 풍차는 기후재난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낸 상상력의 결정체였다.

영화는 '모든 기후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전제를 깔면서도 '극한 환경 속에서도 해냈다'는 사실을 통해 한 사람의 끈질김이 국가적 노력으로 확대될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캄쾀바가 유명해진 뒤 마을에는 처음으로 하루 24시간 전기와 수도가 들어섰다.

국제기구들은 이 영화 사례와 같은 '기후 적응'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위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역 맞춤형 회복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그에 걸맞은 대책이, 인구가 적더라도 지역 실정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장마철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여름철 자연재난 대응 기간이다. 기후위기로 재해의 강도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어떤 대응 시스템을 만들고 작동시키는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대심도 빗물터널 추가 설치, 하수도·지방하천 제방 보강, 지하수댐과 정수장 확충 등을 통해 집중호우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필요한 건 공약의 이행 여부다. 과거 재난의 원인을 되짚는 것만큼이나, 새롭게 부여된 대응 체계가 얼마나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은 과거 방식으로는 막을 수 없다. '정책의 전환'보다 중요한 건 '실천의 지속성'이다. 풍차 하나가 지역을 바꿨듯, 지금 필요한 건 복잡한 시스템 전환보다 먼저 움직이는 실천일지 모른다.

황덕현 경제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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