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포르투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쓰레기 동물들' [황덕현의 기후 한 편]

도루강변 폐타이어 거북·악어부터 쓰레기로 만든 토끼까지
설치작가 보르달로 2세, 도시화로 생물종 멸종위기 경고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포르투갈 대표 환경 공공예술가 '보르달로 2세'가 제작한 '반쪽짜리 토끼'. ⓒ 뉴스1

(포르투=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포르투갈 제2 도시 포르투의 명물 '동 루이스 1세 다리' 앞에는 악어와 거북이들이 누워있다. 도루강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는 듯한 모습,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폐타이어를 엮어 만든 공공예술 작품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들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방문한 '낭만적 여행지' 포르투갈 이곳저곳에는 폐자원을 활용한 이런 환경 의식적인 예술 작품이 많았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환경 예술작가로는 아르투르 보르달로가 있다. '보르달로 2세'로 더 유명한 그는 리스본대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거리로 나서 환경 파괴를 비판하는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다. 포르투갈 이곳저곳에 설치한 '쓰레기 동물들'(Big Trash Animals)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크게 얻게 된 작품은 '반쪽짜리 토끼'(Half Rabbit)다. 포르투 인근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에 설치된 작품으로, 포르투 거리 곳곳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건물 벽면을 가득 채우는 토끼 형상을 제작했다.

이 토끼는 '프랑켄슈타인'처럼 보인다. 귀와 눈, 코와 몸통이 모두 다른 소재로 제작했다. 또 한쪽 면은 다채로운 색을 칠해 유럽의 낭만이 드러나지만, 반대편은 폐기물이 그대로 드러났다.

보르달로 2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토끼는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고 버린 것들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화와 환경 파괴가 진행될수록 자연은 점점 더 변형되고 왜곡된다. 반쪽짜리 토끼는 그 단절을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포르투 도루 강변에서 볼 수 있는 폐타이어 공공예술 작품. ⓒ 뉴스1

그가 만든 쓰레기 동물들 시리즈는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에게 초점을 맞춰 기린과 코뿔소, 펭귄, 올빼미 등 다양한 동물을 재현했다. 포르투뿐만 아니라 리스본과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싱가포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전시했다.

보르달로 2세는 이를 통해 단순히 예술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소비주의가 만들어낸 폐기물이 자연과 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술로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이 사고, 더 빨리 버린다. 그 과정에서 자연과 공존할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작품이 설치된 곳은 대부분 공공장소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거리와 광장, 다리, 주차장 벽면 등을 활용한다.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사람이 접근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주제로,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해 해양 동물을 형상화하는 시리즈를 연작 중이다. '쓰레기 고래'를 만들어 바다에 띄우며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보르달로 2세는 '쓰레기가 더 이상 쓰레기로 끝나지 않도록' 예술을 통해 사회·환경적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후환경전문기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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