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환경부 석면 함유광물 알면서 사용 용인

석면 검출된 학교운동장은 덮개로 덮어두는데 야구장은 경기 진행키로

서울 잠실야구장 등 전국 5개 야구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지적이 나온 가운데 환경부는 석면을 함유한 광물이었다는 사실을 지난해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 광물 사용에 대한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br>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중부대 연구팀으로부터 감람석, 사문석 등 12종의 광물질에서 최고 30%에 이르는 석면이 검출됐다는 보고를 받았다.<br>그런데도 환경부는 아무런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안동 2곳과 충남 1곳에 있는 광산에서 채취된 광물들은 제철소와 학교 운동장 공사현장으로 팔려나갔다.<br>환경부 관계자는 "12종의 광물질을 조사해 국내 생산·사용실태, 노출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5종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검토 중인 상태"라며 "현행법상 석면이 포함된 광물이라 하더라도 반출을 금지할 권한이 없어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br>환경부가 관련 법 미비를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학교 운동장은 물론 야구장에도 감람석이 사용되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br>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대와 함께 5개 야구장을 조사한 결과 2003년 사용이 금지된 각람석 계열인 트레몰라이트석면과 액티놀라이트석면 2종, 2009년부터 전면 금지된 사문석 계열인 백석면 등이 최고 1%의 농도(사용금지기준의 10배)로 검출됐다.<br>사회적 파문이 일자 환경부는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및 관련 업계가 참가한 가운데 석면이 함유된 사문석 파쇄토 사용 야구장 문제에 대한 회의를 열었다.<br>회의결과 야구 시즌이 진행 중이어서 석면 제거공사로 선수 부상과 경기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경기 전과 경기 중에 물을 충분히 뿌려서 석면 비산을 방지키로 했다.<br>환경부는 다음 달 말까지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부산 보건환경연구원 공동으로 사문석 사용 야구장에 대한 토양 및 대기 중 석면조사를 실시키로 했다.<br>잠실구장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 운동장 사용계획이 없는 플레이오프 기간 중 석면함유 토양을 제거하기로 했다. 부산 사직구장과 인천 문학구장은 플레이오프 종료 후 조치하기로 했다.<br>경기를 중단하지 않기로 한 환경부의 방침이 정해지자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물을 뿌리면 먼지비산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며 경기중단을 재차 요구했다.<br>환경보건시민센터는 환경부가 업계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바람에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회의가 열리기 전 환경부 담당국장은 '경기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는데 회의에서 환경부의 입장이 뒤집어졌다"며 "TV중계료와 경기장내 광고료 등이 결부된 프로스포츠의 흥행지속 때문에 경기 중단을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br>앞서 이 단체는 지난 8월 전국 8개 초중고 운동장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곧바로 환경부는 문제의 운동장을 덮개로 막고 석면 검출 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야구장에 대해서는 환경부가 물을 뿌려 비산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들고 나온 것이다.<br>환경보건시민센터는 "한해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석면 때문에 사망하는데 '물뿌리면 괜찮다'고 한다면 환경부는 내일 당장 초중고교의 석면운동장도 물뿌리고 이용하면 괜찮으니 사용하라고 권고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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