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재활용품 뒤섞인 재활용선별장…'폭염·악취' 이중고
짬뽕·고추장 등 음식물 묻은 쓰레기 그대로…"80%는 폐기"
"1995년보다 배출실태 악화"…환경부, 배출 도우미 시범 투입
- 유경선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생전 맡아본 적 없는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코를 뚫고 올라오는 냄새엔 이따금씩 욕지기가 났다.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을 6일과 7일 서울 도심의 한 재활용선별장을 찾았다. 무더위 속 재활용선별장은 각종 음식물이 부패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재활용선별장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정 등에서 분리수거한 자원을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재활용하기 위해' 지자체가 설치한 공공시설이다. 플라스틱·종이·고철·비닐류 등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게 선별·분류하는 작업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원칙대로라면 음식물이 부패한 냄새가 나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 찾은 재활용선별장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물로 흥건했다. 현장 관계자와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파리가 쉬지 않고 달라붙었다. 이곳에서 올해 초부터 일했다는 장모씨(65)는 "사실상 재활용선별장이 아니라 쓰레기장"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재활용 대란'에도 배출 실태 여전…"반려동물 사체까지"
올해 4월 '재활용 대란'이 벌어지면서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쓰레기 배출 실태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페트병·우유팩·플라스틱용기 등 '음식물이 묻은' 쓰레기였다. 음식물이 묻은 상태로는 분리 배출이 돼도 재활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근로자들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재활용선별장에서 25년 동안 일했다는 신모씨(70·여)는 "음식물이 묻은 쓰레기가 끊이지를 않아 회사에서 소독을 자주 해주는데도 피부에 반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또 "음식물뿐 아니라 키우던 고양이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사체를 신문에 싸서 버린 것들도 들어온다"며 "이름만 재활용선별장이지 재활용을 할 만한 것이 거의 없고, 열에 여덟은 폐기처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한 지 이틀째라는 김모씨(60·여)는 "날씨도 더운데 냄새가 적응하기 가장 힘들다"며 "음식물 쓰레기와 화장실 쓰레기가 뒤섞인 것을 볼 때면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올 여름 더워 악취로 특히 고역…시민의식 아쉬워"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 여름은 특히 고역이다. 음식물 부패가 빨라 평소보다 악취도 심하다. 작업장 안에 에어컨이 있었지만 실내온도는 3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선별·파쇄·압축설비에서 나오는 기계열을 에어컨으로 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씨는 "작업장이 지하라 햇볕이 안 드는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긴다"면서 "더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짬뽕국물에 고추장까지 들어있는 쓰레기를 다루는 게 더 힘들다"며 땀을 닦았다.
이모씨(63)는 "삼복더위에 계속 서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맡는 게 정말 힘들다"며 "작업복에 냄새가 짙게 배기 때문에 따로 옷을 싸서 다닌다"고 했다.
신씨는 "5~6년 전부터 오히려 분리수거 실태가 확 나빠졌는데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인 시민의식이 참 아쉽다"고 털어놨다. 또 "대부분의 쓰레기를 재활용하지 못하고 소각시킨다"며 "결국 개인이 아무렇게나 버려서 재활용하지 못하는 쓰레기를 세금을 들여 폐기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세척해서 배출…환경부 '분리배출 도우미' 시범 투입
쓰레기 재활용 방면에서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은 재활용품에 묻은 음식물을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긴다. 음식물 등으로 오염된 쓰레기는 재활용품으로 수거하지 않는다. 덕분에 일본에서 나온 폐기물은 높은 등급으로 팔리고, 재활용 비율도 높다.
무분별한 배출 실태로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환경부는 7월16일부터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분리배출 현장안내도우미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 지역 17곳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고 9월 말까지 20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형진 시범사업팀장은 "아파트에서부터 도우미 모델을 만들면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환경부가 지속적으로 홍보를 해서 쉽게 분리배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데는 재활용선별장을 들어오는 쓰레기의 구성이 안 좋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1995년 처음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할 때보다 오히려 분리배출 실태가 악화됐는데, 앞으로 지자체별로 관리 계획을 잘 세워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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