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우산비닐 퇴출, 취지는 좋은데…대안이 쓰레기통?

서울시, 5월1일부터 사용금지 통보…교통공사는 '당황'
예산 없어 '빗물제거기'는 언감생심…시민들 불편 가중

뉴스1DB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진 지난 2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하철 출근길에 오른 김모씨(32)는 '지옥철'을 제대로 경험해야 했다.

안 그래도 출퇴근 시간은 항상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인데, 이날은 월요일인데다 승객들이 젖은 우산까지 들고 타는 바람에 불편함이 가중됐다. 다른 승객들이 들고 있는 우산에 옷이 젖거나 휴대폰, 가방 등 소지품에 빗물이 튀기도 했다.

김씨는 "만원 지하철이었기 때문에 상대방 우산을 피할 길이 없었다"면서 "서로 우산을 치우라며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이래저래 '불쾌한 월요일 아침'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날 승객들의 불편이 유독 가중됐던 이유는 흔히 쓰이던 우산 비닐커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1일부터 폐비닐 억제를 통한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우산 비닐커버 제공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폐비닐 수거 문제에서 불거진 '쓰레기 대란'으로 인해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터였다.

지하철역과 식당 등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우산 비닐커버 역시 이 가운데 하나로, 우산 비닐커버는 한 번 쓰고 버리는 데다 젖은 비닐은 재활용도 되지 않아 문제가 더욱 컸다. 비닐봉투 문제를 거론할 때 당연히 거론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청 정문 출입구에 설치된 우산 빗물제거기. ⓒ News1 임준현 인턴기자

그러나 너무 급하게 밀어붙인 것이 문제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부터 지하철 역사 등에 우산 비닐커버 사용을 억제해달라고 권고해왔다. 그러다 4월 쓰레기 대란이 불거지자 급하게 대책회의를 열었고, 공공기관부터 실행에 옮기자는 결론을 냈다.

이에 서울시는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측에 공문을 보내 5월1일부터 우산 비닐커버 사용을 중지하라고 통보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이 공문을 받은 것은 4월23일로, 시행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전에 비닐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자는 내용의 문서를 받은 적이 있지만 1주일을 앞두고 '통보'가 오니 당황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았다"면서 "충분히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었다. 서울시청 등 일부 행정 청사는 지난해부터 우산빗물제거기(우산털이개)를 설치해왔지만, 지하철 역사에는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1호선 시청역과 종각역 등 4개 역사에 시범적으로 설치했고, 우산 비닐커버 제공이 금지된 5월 이후 2개 역사에 추가로 설치됐다.

애초에 빗물제거기는 지하철역 우산 비닐커버의 '대체제'가 될 수 없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우산 비닐커버는 총 1500만장 사용됐는데, 투입된 예산은 총 2억3600여만원(연 7800여만원)에 불과했다. 빗물제거기가 한 대당 60만~7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8호선 277개역에 설치할 비용은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가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빗물털이통'이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기존 청소도구를 일부 활용해 빗물털이통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5월1일 이후 271개역에 각각 2개씩 준비됐다.

서울교통공사가 우산 비닐 대체로 설치한 빗물털이통. (서울교통공사 제공) ⓒ News1

빗물털이통에는 '우산 빗물은 통 안에서 털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승객들이 직접 우산을 털어야 하는 형태다. 문구가 적혀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쓰레기통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에 서울시 측은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큰 정책의 기조를 봐주셨으면 한다. 교통공사 쪽에서도 추가적으로 보완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교통공사 측은 예산 문제가 있기에 추가적인 계획은 없다는 반응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끄럼 방지용 카페트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78곳이나 된다.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해 많은 비가 예상되는 올해 7~8월,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로서는 '빗물털이통'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서울시 측은 "현재로서는 지하철 역사에 빗물제거기를 설치하기 위한 추가 예산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빗물제거기가 지하철역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충분한 검증기간을 갖거나 대체제 마련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내린 쪽은 서울시다. 신창현 의원은 "비닐 커버는 재활용이 안 되는 만큼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면서도 "추가 예산 확보를 통해 비닐 커버 대용품을 조속히 설치해 시민들의 편의와 안전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