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숨겨도 접수번호 보면 안다…대학 143곳서 우회 확인 가능

김희정 교육위원장, 165곳 중 143곳 확인…전체 일반대학의 약 73%
제3자 명의 접수 후 지원 규모 파악 가능…수험생 정보 격차 우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마련한 2027학년도 수시 원서접수 먹통사태, 대입 공정성과 수험생 보호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원서접수 대행사 유웨이 관계자들이 장동혁 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6.9.21 ⓒ 뉴스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김재현 기자 = 대입 원서접수 과정에서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 명의로 원서를 접수한 뒤 접수번호를 이용해 특정 대학·학과의 실제 지원 규모와 경쟁률을 유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막판 '눈치 지원'을 막기 위해 경쟁률 공개를 중단하고 있지만 접수번호를 통한 우회가 가능한 셈이다.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희정 위원장(국민의힘·부산 연제구)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전국 일반대학의 원서접수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조사에 응한 165개 대학 중 143곳에서 접수번호를 통해 지원 인원과 경쟁률을 유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일반대학 197곳의 약 73%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것이 접수번호에 지원 순서를 포함되는 방식이다. 예컨대 모집인원이 20명인 학과에서 접수번호를 통해 120번째 지원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 해당 시점 경쟁률이 약 6대 1이라는 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

조사 대상 대학 중에서는 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대학 30곳과 부산대·인천대·충북대·제주대 등 국립대 25곳이 이러한 방식으로 경쟁률 예측이 가능했다. 2027학년도 수시 원서접수 전산 장애 당시 구제신청을 받은 56개 대학 중에서도 42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지원 규모를 유추할 수 있었다.

대학들은 통상 원서접수 마감 2~3시간 전부터 경쟁률 공개를 중단한다. 막판 지원자 쏠림과 실시간 경쟁률을 보고 지원 대학을 바꾸는 '눈치 지원'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접수번호로 지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면 경쟁률 비공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제3자 명의로 목표 학과에 원서를 접수해 접수번호를 확인한 뒤 실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아는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 사이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부 대학이 아닌 다수 대학에서 같은 문제가 확인된 만큼 대학별로 제각각인 원서접수 시스템의 설계와 관리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인터넷에 떠돌던 소문들이 이번 대교협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며 "교육부는 이를 개별 대학의 운영 문제로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시모집 전 구체적인 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