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논술형 절반 이상 찬성…채점·사교육·시험시간 '산 넘어 산'

국교위원들 "AI 의존 위험…효과성 검증부터" 우려
"40% 출제하면 수능 이틀 보나"…교사 업무·숙의 대표성도 쟁점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10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입제도 관련 국민참여위원회 숙의결과 보고가 있었다. 2026.9.17 ⓒ 뉴스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참여위원회 숙의에서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점 공정성과 사교육 확대 우려에 더해 인공지능(AI) 채점의 신뢰성, 시험시간과 문항 구성, 학교 현장의 준비 여건, 서·논술형 평가의 효과성 검증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10차 회의에서 대입제도 관련 국민참여위원회 숙의 결과를 공개했다.

숙의 결과 참여자 180명 가운데 55.5%가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매우 필요하다'가 23.3%, '필요하다'가 32.2%였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 25.0%, '전혀 필요하지 않다' 16.7% 등 불필요하다는 응답도 41.7%에 달했다.

숙의를 거친 뒤 불필요에서 필요로 입장을 바꾼 참여자는 15명이었던 반면 필요에서 불필요로 이동한 참여자는 22명이었다. 필요에서 불필요로 돌아선 참여자들은 구체적인 로드맵과 채점체계, 시범운영 등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능 서·논술형의 본격적 도입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많았다. 도입 방식은 '일부 영역 도입 후 확대'가 36.7%로 가장 많았고 '일부 영역에 도입'이 30.0%로 뒤를 이었다. 전 영역 도입은 5.5%에 그쳤다.

출제 비중은 '40% 미만'이 42.8%로 가장 많았고 도입 시기는 2037~2038학년도가 39.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숙의를 거친 뒤에는 도입 방식과 출제 비중, 도입 시기 모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응답이 늘었다.

수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공감대를 보인 고교 내신 서·논술형 확대도 준비 과제가 남아 있다. 내신 서·논술형 문항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2.8%였지만 채점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 등 공정성 확보 장치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국교위원들 사이에서도 이날 서·논술형 평가의 취지와 별개로 실제 수능에 적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우선 채점 공정성이 최대 쟁점으로 꼽혔다. 국민참여위 숙의에서도 서·논술형 평가의 우려 사항 가운데 채점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다. 학부모의 우려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숙의 이후 공정성 우려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요 과제로 남았다.

AI를 채점에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서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김영도 국교위원은 "AI조차 똑같은 질문을 던져도 똑같은 답을 하지 않는다"며 "기술에 의존해서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을 평가받게 하는 것은 아직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AI를 어디까지나 채점 보조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없이도 사람이 채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전문 채점관을 양성한 뒤 AI 기술은 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AI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을 경우 보조수단으로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이 서·논술형 평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국교위 측도 내신 서·논술형 평가 확대 시 교사 업무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면서 교육부·교육청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시험을 실제로 어떻게 치를지가 과제다. 숙의에서는 수능 서·논술형 출제 비중을 '40%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이 42.8%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서·논술형 문항은 답안을 작성하는 데 객관식보다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행 하루짜리 수능 체제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숙의 결과를 어디까지 일반화할 수 있는지를 두고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번 숙의에는 국민참여위원 203명이 신청해 180명이 최종 참여했다. 이현 국교위원은 180명 규모의 숙의 결과를 연령이나 직군별 국민 전체의 의견처럼 해석하기 어렵다며 더 넓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나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민참여위원들이 국교위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숙의에 지원하고 주말 이틀간 토론에 참여한 만큼 일반 국민보다 교육정책에 관심이 높은 집단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향후 직능별 간담회와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추가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교위는 향후 대입제도 현장 토론회와 온라인 의견수렴 결과를 분석해 10월 본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수능 서·논술형 평가의 세부 쟁점도 추가 공론화한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