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고르는 수능 바꾸자"…서·논술형 도입 놓고 기대·우려 교차

국민참여위원 203명 1박2일 숙의…공정성·사교육·입시부담 쟁점
"시험 방식만 바꿔 해결되나"…국교위 "10년 계획, 속도보다 방향"

국민참위원회 위원들이 소그룹별로 대입제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국교위 제공)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포함한 미래 대입제도 개편을 두고 국민 숙의에 들어갔다. 토론에서는 서·논술형 평가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과 함께 채점 공정성, 사교육 확대, 입시 부담 증가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국교위는 29~30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연수원에서 국민참여위원회 미래대입제도 숙의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전국의 학생·청년, 학부모, 교육관계자, 일반국민으로 구성된 국민참여위원 203명이 참석했다. 참여위원들은 사전에 배포된 자료집을 학습한 뒤 소그룹으로 나뉘어 이틀간 미래 대입제도의 방향과 쟁점을 논의한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은 단순히 시험의 형태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초·중·고 교육과 학생들의 학습 변화를 통해 우리 교육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교위의 대입제도 공론화가 사실상 결론을 정해 놓고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차 위원장은 "여러분께서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의견을 듣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지실 수 있으나, 논의되는 내용은 확정된 정책이 아니라 신중하게 검토하는 단계"라며 "숙의토론회는 특정 방안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첫 번째 세션에서는 현행 대입제도에 대한 평가와 미래 대입제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토론에서는 현행 입시가 정답을 고르는 단편적인 평가와 경쟁 중심의 서열화에 치우쳐 있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향후 학습 과정과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두 번째 세션부터는 서·논술형 평가 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경우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교원의 평가 부담과 전문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고액 논술·첨삭이나 이른바 '족집게 특강' 등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동진 대입제도 특별위원회 위원은 "어떤 문항이 출제되는지에 따라 많이 다를 것"이라며 국가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토대로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이라면 답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민석 국가AI전략위원회 교육인재분과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채점 방안과 관련해 "AI가 문제나 평가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출제와 채점 기준을 결정하고 AI는 이를 토대로 채점 초안과 학생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보조 역할을 맡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서·논술형 평가 도입만으로 현 대입제도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한 조에서는 현재 선택형 방식의 수능이 기능적 한계에 부딪힌 만큼 서·논술형 평가로의 점진적·단계적 전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실제 전환에 앞서 어느 학년부터, 어떤 과목에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대입 평가 방식을 논의하기에 앞서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인재상과 교육의 목적부터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쟁에서 이기는 교육보다 학생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국민참여위원은 조별 토론 결과를 발표하며 "명문대 중심의 사회 풍토가 유지되는 한 서술형이든 객관식이든 이런 논의는 반복될 것"이라며 재수를 통해 더 좋은 대학에 가면 성공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경쟁 구조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논술형 평가가 오히려 학생들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부분점수나 중간점수를 줄 수 있어 학생의 역량을 보다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대입 부담이 줄어든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국교위는 서·논술형 평가를 실제 대입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교위 관계자는 "서·논술형 평가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것은 아닌지 저희도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다"며 급하게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수능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말 좋은 교육이고 그것이 대입제도라고 생각한다"며 "10년 계획을 짜고 있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교위는 이번 숙의토론에 앞서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대입제도의 방향'을 주제로 지난 11일 인천, 20일 전남·광주, 26일 대구에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4일부터는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의견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의견도 받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수렴된 의견과 이번 국민참여위원회 숙의 결과는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과정에 반영된다. 국교위는 오는 10월 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내년 3월 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