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헹군 시료로 암 신호 찾는다…연세대 연구팀, 새 단서 발견
구강·장 미생물 이동 정도 수치화…암 환자서 높게 나타나
대변 없이 입안 시료만으로도 암 관련 신호 확인…특허 출원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입안을 간단히 헹군 시료만으로 위암이나 대장암과 관련된 신호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발견됐다.
연세대는 김지현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이 입속과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분포를 분석해 위암과 대장암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방법을 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입속에 있다가 장에서도 발견되는 미생물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입과 장은 서로 다른 미생물이 살아간다. 침을 삼키면서 입속 미생물이 장으로 들어가지만 위산이나 담즙, 장내 미생물과 면역체계 등의 방어 작용 때문에 대부분 살아남기 어렵다.
연구팀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이런 구분이 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구강에서 위장관으로 이어지는 미생물 분포를 분석하고, 입속 미생물이 장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구강-대변 미생물 전이 지수'를 개발했다.
분석 결과 이 지수는 위암과 대장암 환자에서 건강한 사람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암의 종류와 진행 단계에 따라 미생물이 이동하는 양상도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미생물 이동 패턴은 암 초기 단계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입속과 장 사이의 미생물 이동 양상이 암의 종류나 진행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의 이동 양상은 암뿐 아니라 생활 습관이나 건강 상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습관과 혈중 콜레스테롤, 백혈구 수, 갑상선 기능과 관련된 지표 등에서도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런 미생물 정보를 이용해 건강한 사람과 위암·대장암 환자를 구분하는 컴퓨터 분석 모델도 만들었다. 여러 미생물의 특징을 종합해 암의 종류를 분류하는 방식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대변을 채취하지 않고 입안에서 얻은 시료만으로도 위암과 대장암 관련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입안을 헹구는 방식으로 시료를 얻을 수 있어 대변을 직접 채취하는 기존 검사보다 검사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곧바로 위암이나 대장암을 확진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팀은 구강·대변 미생물 정보를 활용해 기존 암 선별검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교수는 "입을 간단히 헹구기만 해도 위암과 대장암 관련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암 검진의 문턱을 낮추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의 분석 틀을 다양한 질환으로 확장하고 유전정보와 생활습관, 임상정보를 결합해 개인별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저자인 장래근 박사는 "입속 미생물이 장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개인별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발전시키고 이를 위암과 대장암을 구분하는 모델로 연결했다"며 "구강과 장 사이의 미생물 이동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세포 숙주와 미생물'(Cell Host & Microbe)에 지난 20일 온라인으로 공개됐으며 9월호에 정식 게재될 예정이다. 관련 특허도 출원됐다.
김 교수 연구팀은 앞서 대장암 환자의 치료 전 대변 미생물 정보를 활용해 치료 결과를 예측하는 미생물 지표를 발굴하고, 합성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대장암 치료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위암 환자의 위 속 미생물이 암 발생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등 인체 미생물 연구를 암 예방·치료와 건강한 노화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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