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금 54년 만에 대수술…교육계 "학교 현장부터 허리띠 죈다"
정부 "경상성장률 연동해 재정 안정성 높여"
교육계 "인건비 늘면 운영비·시설비부터 압박"
- 조수빈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정부가 54년 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 교육재정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에서는 인건비 등 고정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재정 증가 폭이 줄면 학교운영비와 교육사업, 노후시설 개선 등 학생들이 체감하는 영역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21일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최근 3년 평균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새 산식을 적용할 경우 내년도 교육교부금은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76조 4000억 원보다 약 5% 증가한 78조9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계가 우려하는 것은 교육재정의 지출 구조다. 전체 교육재정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교직원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는 단기간에 줄이기 어렵다. 세입이 예상보다 적게 늘어나더라도 인건비와 같은 고정지출은 계속 증가할 수 있어 학교운영비와 교수학습활동, 각종 교육사업, 시설투자 등 상대적으로 조정하기 쉬운 분야부터 예산을 줄이거나 사업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입 증가세가 둔화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학교운영비와 교육사업비, 시설비 등에서 추가적인 지출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주장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인건비는 매년 상승해 고정비용의 상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이 비율을 보전해주지 못하면 수학여행비, 교복비, 교통비 등 현금성 지원부터 줄어들고 직접적으로 교사들의 연수 지원비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노후시설과 냉방비 등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 양동이를 놓고 수업하거나 방충망을 설치하지 못해 교실에 말벌이 들어오는 학교가 있다. 냉방비 부담 탓에 한여름에도 에어컨 가동을 제한하는 학교가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학교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재정 투입이 줄어 학교 운영과 시설 개선이 위축될 경우 지역 간 교육 여건 격차뿐 아니라 지방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직원 인건비가 매년 1조 원 이상 자연 증가한다는 지적에 "인건비가 1조 원 이상 느는 현실은 맞다"면서도 "5년간 보면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측면도 있어 재정운용을 적절히 하면 기본적인 교육활동은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새 산식에 따른 교부금이 전년보다 감소할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하는 안전장치도 법에 담았다.
교원·학부모·교육공무직·교육행정직 등 전국 354개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6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은 전날 청와대 국민경청비서관 간담회, 21일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내국세 20.79% 연동제 유지와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공론화를 요구했다.
긴급행동은 정부안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야 의견 청취가 이뤄진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교육재정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정책이라면 개편안을 만들기 전에 당사자들과 논의하고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내년도 교육재정의 절대 규모는 줄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것과 현행 연동제를 폐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긴급행동은 "올해나 내년에 얼마를 주겠다는 문제와 20.79% 연동제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등을 반영한 새 산식으로 전환하면 장기적으로 정부의 재정 상황과 정책 판단에 따라 교육재정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내국세 변동성이 굉장히 큰 반면 경상성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하방경직성이 있어 교육을 운영하는 데 훨씬 안정적"이라며 "20.79%를 포기한 게 아니라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도교육감들도 공식 협의체 구성 등 추가 소통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교육재정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개편에 반대하면서 시도교육청과 교육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개편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오는 24일 이같은 대국민 공식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ch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