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교육교부금 어디에…영유아·고등·평생교육까지 재원 넓히나

학생 감소에도 교부금 확대 전망…정부, 재원 활용 범위 재설계
AI 인재양성·유보통합 재원 확대 공감…재원 마련 방식엔 이견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8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가 내국세 연동 비율 조정을 넘어 교육재정을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로 확대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세수 증가 전망이 맞물리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재정 지원이 부족했던 영유아 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 등에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의 핵심은 내국세 연동 구조를 손질할지 여부뿐 아니라, 증가하는 교육재정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맞춰지고 있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제도다.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으로 내국세가 늘면 교부금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 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로 올해 교부금이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학생 수는 2016년 약 596만명에서 올해 약 492만명으로 약 17% 줄어든 반면,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약 43조원에서 76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학생 수와 교육 수요 변화와 관계없이 세수 증가분이 초·중등 교육재정에 자동 배분되는 현행 구조가 변화한 교육 환경과 국가 재정 여건에 부합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일부 교육청의 현금성 지원과 일회성 사업 등을 계기로 교육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전날(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교육 분야 재원 활용 방식과 관련해 '균형성장'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앞서서도 "학부모나 교육현장에서 교육교부금 총량을 줄인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유아교육 등 균형적인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투자를 놓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확보한 재원을 대학 등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했던 교육 분야에 다시 투입하겠다는 취지다. 초·중등 교육재정의 총량을 단순히 줄이는 방식보다는 세수 증가에 따른 추가 재원을 교육 전반에 균형 있게 배분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재원 활용 대상으로는 영유아 교육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지난 8일 열린 교육교부금 개편 공개 토론회에서는 재원 조달 방식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영유아 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학교 중심 재정에서 벗어나 생애 초기 영유아 교육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영유아 교육·돌봄을 교부금 지원 대상으로 명확히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등교육 역시 재원 확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분야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장기화로 재정난이 심화된 만큼 안정적인 공공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이나 교육교부금 일부 활용 방안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고등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내 주요 대학의 대학원생 비중과 학생 1인당 재정 규모가 아시아 주요 경쟁 대학보다 낮다"며 "대학의 인재 양성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에 미치지 못한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원 마련을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생교육도 저출생·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분야로 꼽힌다. 성인 재교육과 직업 전환 교육 수요가 늘어나면서 평생교육 재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대중 서울대 교수는 "미래세대는 학령기 학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교육부 전체 예산 106조원 가운데 평생교육 체제 구축 예산은 8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인 재교육과 평생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재원 마련 방식에는 여전히 견해차가 남아 있다. 교육계는 영유아 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기존 초·중등 교육재정 축소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전날 "기획예산처와 교육교부금 개편 방안 마련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교육부는 교육교부금의 축소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교육교부금과 관련한 제도 변경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기획예산처는 교원과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추가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교육교부금 개편안은 연말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mine124@news1.kr